미안해요, 너무 변해서…4집 ‘컴포트’로 인기몰이 거미

  • 입력 2008년 4월 17일 02시 55분


“팬들이 제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기 쉬워서 좋대요.” 거미는 최근 발표한 4집에서 기존의 발라드곡 대신 유로댄스풍의 ‘미안해요’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변영욱  기자
“팬들이 제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기 쉬워서 좋대요.” 거미는 최근 발표한 4집에서 기존의 발라드곡 대신 유로댄스풍의 ‘미안해요’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변영욱 기자
“미안해요 그대를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해준 게 너무 없어서.”

가수 거미(27)는 4집 ‘컴포트’로 자신을 감싸고 있던 단단한 껍데기를 한 꺼풀 벗어던졌다.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기억상실’ 등을 통해 보여준 중저음의 목소리가 뿜어내는 파괴력 덕분에 팬들은 그를 ‘가수보다 더 잘 부르는 가수’로 불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사람들이 ‘우리도 이젠 거미의 노래를 부담 없이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더는 노래방에서 그의 곡을 고른 후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한층 쉬워지고 편안해진 유로댄스풍의 ‘미안해요’는 현재 지상파 TV 가요 순위프로그램 1, 2위를 다투고 있다.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근처에서 만난 거미는 “이번 앨범을 통해 하고 싶은 걸 다 해봤다”며 “제가 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진지도 알게 된 앨범”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팬들이 ‘거미 노래가 왜 이래’라고 거부반응을 보였어요. 저도 실망할 거라고 예상했어요. 가창력의 극단을 보여주는 클라이맥스가 없이 ‘미안해요’는 그저 잔잔하니까요. 그래도 이 노래를 포기할 순 없었어요. 한 번 들으면 누구든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 어렵다던 거미 노래를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잖아요.”

이름이 풍기는 분위기부터 강한 인상까지 거미는 범접하기 어려운 가수였다. 스스로도 고음을 오가는 자신의 노래를 소화하는 게 매번 쉬운 일은 아니었다. 노래에 집중할 수 없는 행사장에서 노래를 부를 땐 관객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항상 슬픈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누군가 제게 그러던데요. 넌 슬퍼야 한다고. 그래야 네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날씨가 더운 날 차 안에서 제 노래를 들으면 저도 짜증나거든요. ‘왜 만날 내 노래는 새벽이나 비 오는 날에만 라디오에서 나오는 거야’라는 불만도 있었고요.”(웃음)

타이틀곡 ‘미안해요’와 싸이가 작곡한 ‘마지막 파티’를 빼면 4집엔 ‘따끔’과 ‘사랑하지 말아요’ ‘이별이 아니길’ 등 이전의 거미표 발라드가 여전히 있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노래의 무게를 덜었을 뿐만 아니라 가수로서 가졌던 부담감을 털어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저 욕심 많아요. 늘 안절부절못했어요. 이제껏 그 욕심이 너무 커서 주체를 못했는데 이 앨범을 만들며 욕심을 놓는 법을 배웠어요. 여가수로서 눈가에 보이는 주름도 겁났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해요. 전 스물세 살 때의 감성은 사라졌지만 스물여덟 살에 맞는 노래를 하고 있다고. 나이를 더 먹어보고 싶어요. 가수로서 저는 너무 어리다고 생각해요.”

6세 때부터 키웠던 피아니스트의 꿈을 버리고 가수로 데뷔한 지 벌써 6년 차. 여가수로서 고민도 많았지만 “특정한 색깔을 정하기보다 인순이 선배님처럼 변신을 주저하지 않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모험은 오락프로그램도 마다하지 않는 것. 앨범 홍보를 위한 상업적 선택이 아니라 무엇보다 자신의 변화를 알리고 싶은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나를 알려야 내 노래도 더 사랑해 주고 이해해줄 거라 생각해요. 말주변이 없어서 웃기지도 못하지만 성대모사도 얼마나 열심히 하는데요. 덕분에 10대 팬이 많이 늘었어요. 그런데 웃기는 건 안티 팬도 그만큼 는다는 거예요. 거미는 안티 팬이 없기로 유명했는데….”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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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취재 : 염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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