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꼬불꼬불 지렁이, 땅을 토실토실 살찌운대

  • 입력 2008년 3월 22일 03시 00분


◇ 지렁이다/차보금 글·김영수 그림/42쪽·9000원·사파리(5∼7세용

키=10cm(가로로 재야 함). 몸무게=0.6kg. 사는 곳=축축한 곳 어디나. 좋아하는 음식=떨어진 이파리, 과일 껍질, 밥, 국수, 녹차 찌꺼기 등 땅에서 분해될 수 있는 모든 것. 싫어하는 것=농약 묻은 과일 껍질. 자랑거리=영양이 듬뿍 든 똥.

위 생물의 정체는? 지렁이! 축축한 땅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지렁이는 혐오동물. 사람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건만 지렁이만 보면 빙그르르 돌아가기 일쑤. 그런데 이 지렁이, 알고 보니 꽤 괜찮은 동물이다. 밭을 가는 것처럼 땅속을 다니면서 흙을 섞어주고, 빗물이 빠지는 공기구멍을 만들어준다. 기름진 토양을 만드는 똥도 눈다. 환경친화적 생물이다.

‘지렁이다’는 아이들에게 환경에 도움이 되는 지렁이의 ‘정체’를 일러주는 그림책.

지구온난화, 황사, 산성비 같은 정보를 전달하는 환경 책들과 달리 생활 속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게 특징이다.

아빠와 함께 주말농장을 찾은 봄이는 토마토나무를 심는다. 흙 속에서 지렁이를 발견한 봄이는 질겁하고 삽으로 지렁이를 휙 던져버린다. 밭에 버글버글하게 사는 지렁이는 봄이에겐 징그러운 존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일이 생긴다. 봄이네 밭에 살던 지렁이뿐 아니라 쥐며느리, 무당벌레가 이웃 땅으로 옮겨간 것. 농약과 화학비료 때문에 흙이 딱딱해지고 고약한 냄새가 난 까닭이다.

작가는 지렁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수박 시소를 타고 배춧잎 미끄럼도 타고 두엄 더미에서 신나게 놀았어요. 영양분이 듬뿍 든 흙을 먹고 올록볼록 똥도 쌌지요. 이리저리 지렁이들이 만든 작은 길로 빗물이 촉촉이 젖어들면 흙은 포옥폭 건강한 숨을 쉬었지요.’

지렁이가 떠나고 밭이 엉망이 되고 나서야, 지렁이가 ‘밭을 지켜주는 땅속 착한 괴물’이란 걸 알게 된 봄이. “농약은 안 돼! 화학비료도 안 돼! 지렁이를 아끼고 사랑해줘!”라고 봄이와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 뒤 지렁이들은 다시 봄이네 밭으로 옮겨온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나면 지렁이가 더는 징그럽게 느껴지지 않을 듯싶다.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도 자연스럽게 느낄 것이다.

귀엽게 그린 지렁이에게서 친근감이 느껴진다. 밭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밭 그림에 실제 돌과 흙을 붙여서 촬영한 사진을 썼다.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야기 뒤에 지렁이에 관한 상세한 정보도 곁들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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