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값 20% 급등…책 값도 꿈틀대나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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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심한 출판계 속앓이

‘대통령 선거 때문에 책값도 들썩인다?’

최근 종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책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출판사들도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책값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독자들의 반발 때문에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출판계에 따르면 종이 값은 지난달에 비해 약 20% 상승했다. 책 원가에서 종이 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웃도는 현실을 감안하면 비용 상승으로 인한 압박이 큰 셈이다.

A출판사는 “지난해 말 최소 5% 오른 뒤 잠잠하던 종이 값이 8, 9월에도 소폭 상승했다”며 “1년 남짓 만에 어림잡아 30% 이상 뛴 셈”이라고 밝혔다.

종이 값이 오르는 데는 대선이 한몫했다. 선거 홍보물 제작에 엄청난 종이 물량이 들어갔다. 대림지업사의 이홍기 과장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쓴 종이만 6000t이 넘을 것”이라며 “정당에서 사용한 종이는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에 유일한 펄프회사인 동해펄프가 내부 사정으로 최근 공장 가동을 1개월 이상 멈춰 종이 값 오름세에 불을 지폈다.

국제 펄프 가격도 오름세다. 6, 7년 사이 세계 종이 수요는 인구 1인당 1.5배 정도 늘었으나 인도네시아 등 주요 펄프 생산국들이 환경보호를 이유로 벌목 쿼터제를 도입해 생산량이 늘지 않았다. 게다가 원유 가격 상승으로 생산 비용도 높아졌다.

출판사들은 제조 원가의 상승에 전전긍긍하는 처지다. 무작정 책값을 인상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동아시아 출판사의 서영주 편집장은 “원칙대로라면 오르는 게 맞지만 독자들이 지금 책값도 비싸다고 인식하는 측면이 강해 (인상이) 쉽지 않다”며 “재생지 사용을 권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재생지가 비싸다”고 말했다.

출판사의 고충은 꼭 종이 값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제지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는 동남아 시장의 재고 물량이 국내에 몰려 최근 10여 년 가운데 종이 값이 가장 쌌다. 하지만 출판사에 공급되는 종이 값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이홍기 과장은 “당시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출판사들의 경쟁으로 종이 값이 내리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여러 요인이 있지만 과당 경쟁이 종이 값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출판사 스스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문고판이나 신서 개발 등으로 제조원가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출판사 한두 곳으로 될 일이 아닌 만큼 출판사들의 대국적인 협력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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