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고전의 재발견… ‘주제의 무게’ 더하다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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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연극 농사’는 어땠을까? 연극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히는 ‘제44회 동아연극상’의 심사(26일)가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동아연극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총 25편.

동아연극상은 심사위원 추천과 공모 등 이원화된 제도로 후보작을 선정하는데 올해의 경우 심사위원 추천작은 11편, 공모를 통해 뽑힌 심사 대상 선정작은 14편이었다.▶표 참조》

○ 중진 vs 신진의 경연장

올해 후보작 중에선 중진의 작품이 두드러졌다. 70대 현역 연출가인 임영웅을 비롯해 60대 채윤일 손진책, 50대 윤호진 채승훈 이상우 김광림 한태숙 등의 연출작이 후보에 올랐다.

이에 맞서 장유정과 구태환 안경모 등 30대 초중반의 젊은 연출가들도 대선배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장유정의 ‘멜로드라마’는 대본 등으로 1차 심사하는 공모에서는 탈락했으나 막이 오른 뒤 심사위원 추천작으로 뒤늦게 후보 대열에 합류한 경우. 40대 연출가 중 이성열 극단 백수광부 대표는 ‘물고기의 축제’와 ‘오레스테스’ ‘더블린 캐롤’ 등 세 작품을 후보작에 올려놓으며 올 한 해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 희랍극 실험극 정치극…다양한 상차림

올해 연극계의 큰 흐름 중 하나는 평소 보기 힘든 고전이나 묵직한 주제의 작품이 많이 무대에 올랐다는 점. 그러다 보니 100∼200석짜리 소극장 연극보다는 중극장 이상의 규모 있는 작품이 비교적 호평을 받았다. 아서 밀러의 ‘시련’, 희랍극 ‘오레스테스’, 그리고 고전에서 소재를 따온 ‘열하일기만보’ 등이 그런 작품들. 실험극장이 올린 카프카의 ‘심판’은 소극장에서 올려졌지만 대작 못지않게 출연진이 많다. 가볍기만 한 요즘 대학로 소극장에서 모처럼 선보인 정극으로 꼽힌다.

후보작 중 실험적 시도가 돋보인 작품은 ‘두드리 두드리’, ‘윤이상, 나비 이마주’ ‘홍동지 놀이’ ‘고골의 삼부작’ ‘짐’ 등.

흥행성을 갖춘 대중적 작품들도 눈에 띈다. ‘필로우맨’은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성이 검증된 수작(秀作)인데 최민식을 기용한 스타캐스팅에 힘입어 흥행에도 성공했다. ‘나쁜 자석’도 영화와 TV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영민 등을 캐스팅해 대중성을 높였다. ‘언덕을 넘어서 가자’와 ‘샤이닝 시티’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작품.

제목처럼 경쾌한 대중극을 표방한 ‘멜로드라마’는 유부녀와 연하남의 사랑 등 자칫 통속적일 수 있는 소재를 톡톡 튀는 대사로 풀어냈다. ‘대선의 해’답게 정치극을 표방한 작품(‘정말, 부조리하군’ ‘변’)도 2편 있었다.

○ 대상의 행방은?

동아연극상은 최고상인 대상(대상 수상작이 없을 경우 작품상) 연출상 희곡상 연기상 유인촌신인연기상 무대미술기술상 새개념연극상 특별상 등 8개 부문에 주어진다. 지난해에는 대상 없이 작품상을 ‘경숙이, 경숙 아버지’와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이 공동 수상했다.

올해는 ‘열하일기만보’ ‘심판’ ‘시련’ ‘해무’ ‘오레스테스’ 등이 대상(작품상)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특히 ‘열하일기만보’는 대상 외에 연출, 희곡 부문에서도 주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필로우맨’의 경우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높았으나 브로드웨이 원작 공연과 얼마나 차별화됐느냐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작품과 함께 연출상 후보로 언급되는 작품은 ‘멜로드라마’ ‘두드리 두드리’ 등. 희곡상의 경우 이만희(‘언덕을 넘어서 가자’), 배삼식(‘열하일기만보’), 김명화(‘바람의 욕망’), 고연옥(‘발자국 안에서’), 장유정(‘멜로드라마’), 김민정(‘해무’)이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기상은 남녀 구분 없이 후보작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연기를 보인 2명에게 주어진다. 올해는 배우가 돋보였던 작품은 적었다는 평.

지난해에는 고수희 김미숙 등 여배우가 연기상을 모두 차지한 반면 올해는 ‘시련’의 김명수, ‘필로우맨’의 최민식 윤제문, ‘심판’의 박윤희 등 남자 배우들이 눈에 띄는 편. ‘안나푸르나’ ‘홍동지 놀이’는 전체적인 배우들의 조화가 좋았다는 평을 들었다. 무대미술이나 공간 활용이 돋보인 작품으로는 ‘심판’ ‘시련’ ‘멜로드라마’ 등이 주로 거론됐다.

지난해 수상작을 찾지 못했던 ‘새개념연극상’은 올해 역시 눈에 띄는 후보가 보이지 않아 심사위원단이 고심하고 있는 부문이다.

심사위원 추천작 11편
제목극단(기획사)연출
더블린 캐롤산울림이성열
열하일기만보미추손진책
샤이닝 시티한양레퍼토리씨어터홍원기
시련예술의 전당윤호진
필로우맨LG아트센터박근형
이름공연제작센터윤광진
안나푸르나에이넷코리아김주섭
멜로드라마이다엔터테인먼트장유정
심판실험극장구태환
나쁜 자석악어컴퍼니 두산아트센터유연수
바람의 욕망산울림임영웅

심사 대상 선정작 14편
제목극단(기획사)연출
고골의 삼부작명품극단김원석
언덕을 넘어서 가자컬티즌위성신
발자국 안에서청우김광보
물고기의 축제백수광부이성열
연애얘기 아님놀땅최진아
정말, 부조리하군쎄실채윤일
차이무이상우
천마인혁이기도
물리한태숙
홍동지 놀이우투리김광림
해무연우무대안경모
윤이상, 나비 이마주은세계 씨어터컴퍼니윤우영
두드리 두드리창파채승훈
오레스테스백수광부이성열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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