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살인한 코끼리, 유배에 처하노라…‘친절한 조선사’

  • 입력 2007년 12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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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조선사/최형국 지음/320쪽·1만3000원·미루나무

우리 역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역사의 이면에 가슴 찡하고 극적인 사연이 얼마나 많이 숨어 있는지를 두 권의 책이 잘 말해 준다.

‘친절한 조선사’엔 감춰져 있었기에 더욱 흥미로운 역사로 가득하다. 저자도 이색적이다. 소장 역사학자면서 검술 인생 15년을 자랑하는 노련한 검객이다. 경기 수원시의 화성(華城)을 근거지로 조선무예24기 보전에 앞장서고 있다.

저자는 조선시대 남편의 육아 휴직, 중국 사신들을 기죽인 조선의 불꽃놀이, 임진왜란과 흑인 용병, 우유 짜기, 소와 소도둑 이야기 등 사료 속에 감춰진 다양한 얘기를 찾아내 20편의 글로 꾸몄다.

‘소젖 많이 짜지 마라! 백성이 운다’ 편을 보자. 조선시대엔 백성들이 우유로 만든 죽을 참 많이 먹었다. 왕의 보양식으로도 자주 이용됐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좋아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송아지가 먹을 젖까지 짜내서 먹는 바람에 송아지가 잘 자라지 못한 것이다. 그건 곧바로 농사에 피해를 주었다. 그래서 중종 때엔 우유죽 먹는 것을 금했고 영조 때엔 우유를 짜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20편의 이야기는 모두 재미있다. 15세기 초, 일본이 선물로 보내온 코끼리가 사람을 밟아 죽이자 그 코끼리를 전라도 섬으로 유배시킨 얘기에 이르면 그야말로 배꼽을 잡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의 아웃사이더’는 묵묵히 소신을 지키며 자신의 길을 걸었던 고집스러운 인물 12명의 삶을 소개한다. 그 소신 때문에 남들과 화합하지 못하고 굴곡이 심한 인생 역정을 살았고 그래서 저자는 이들을 아웃사이더로 부른다.

정조의 문체반정에 반기를 들었던 이옥(1760∼1812), 손자의 육아일기 ‘양아록(養兒錄)’을 남긴 이색적인 선비 이문건(1494∼1567), 평생 북벌(北伐)만 꿈꾸었던 윤휴(1617∼1680), 온몸으로 천주교에 맞섰던 김치진(1822∼1869) 등.

천주교도들이 대대적으로 처벌받던 19세기에 천주교를 몰아내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다 오히려 처형된 김치진, 근엄하던 가부장 시대에 손자의 육아일기라는 ‘다소 점잖지 못한’ 글을 썼던 이문건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고집 속에 감춰진 감동을 만나게 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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