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피아노 대신 류트-쳄발로 반주…바흐,그때 그대로

  • 입력 2007년 10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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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트는 굉장히 내밀한 악기예요. 인간 내면의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지요. 그래서 류트 반주는 성악가의 목소리에 무한한 자유를 준답니다. 다이내믹한 볼륨을 가진 피아노 반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죠.”(소프라노 에마 커크비)》

■ 국제 바흐페스티벌 18일 개막

현대의 성악가 대부분은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한다. 그러나 ‘영국의 오르페우스’라 불렸던 작곡가 존 다울런드와 헨리 퍼셀이 살았던 16, 17세기 르네상스시대 영국에선 류트에 맞춰 노래를 했다.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통기타가 아닌 피아노에 맞춰 부르면 제 맛이 안 나는 것처럼, ‘류트송’은 역시 11개의 거트현(양의 창자를 꼬아 만든 줄)을 손가락으로 뜯는 류트 반주에 불러야 제격이다. 커크비는 전화 인터뷰에서 “현대의 오페라 가수들이 큰 목소리를 경쟁하느라 가사 전달을 포기하는 것과 달리 고(古)음악 가수들은 시적인 가사 표현에 가장 큰 역점을 둔다”고 말했다.

바흐가 살았던 시대의 음악을 원전악기로 연주하는 ‘제2회 국제바흐페스티벌’이 18∼31일 세종체임버홀과 금호아트홀에서 열린다. 고음악계의 디바로 30년간 명성을 떨쳐온 소프라노 커크비를 비롯해 프랑스의 쳄발리스트 피에르 앙타이, 영국의 류트 연주자 나이절 노스, 잔 라몽이 이끄는 캐나다의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등 원전연주계의 거장이 한꺼번에 한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쳄발로로 듣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커크비의 ‘류트송’과 함께 이번 페스티벌에서 가장 예매가 폭주하는 프로그램은 앙타이가 쳄발로(하프시코드)로 연주하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바흐가 남긴 이 불후의 명곡의 원제는 ‘2단 건반의 쳄발로를 위한 아리아와 30개의 변주’.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피아노를 쳄발로처럼 똑똑 끊어지는 주법으로 쳐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의 신기원을 이룬 바 있다. 그러나 원래 쳄발로를 위한 곡인 만큼 피아노가 쳄발로를 따라갈 수 없다. 피아노는 건반을 누르면 음이 지속되지만 쳄발로는 음 하나하나가 명료하고 섬세하게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쳄발리스트인 오주희 한양대 교수는 “피아노 연주에선 음끼리 서로 묻히는 반면 쳄발로로 연주하면 다성 음악 각 성부의 테크니컬하고 화려한 기교를 다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타펠무지크의 ‘사계’

1979년 창단된 캐나다의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음악감독 잔 라몽)는 현의 찬란한 음색과 정교한 밸런스로 유명한 당대 연주계의 선두 주자. 이번 첫 내한 연주에서 그들은 1960년대 바로크 음악을 부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던 비발디의 ‘사계’를 원전연주로 들려준다.

‘사계’는 오랫동안 실내악 앙상블 ‘이무지치’의 낭만주의적 연주가 전범이었지만 강렬한 음의 대비와 생동감이 넘치는 원전연주가 등장하면서 빛을 잃었다. 타펠무지크는 햇빛이 쨍하고 비치듯이 투명한 음색과 정교한 밸런스가 특징. 그들의 ‘사계’가 어떻게 다를지 기대된다. 타펠무지크는 또한 소프라노 커크비와 함께 바흐의 ‘결혼 칸타타’도 들려 준다. 커크비는 “바흐의 칸타타 하면 흔히 교회음악만 떠올리는데 ‘결혼’이나 ‘커피’와 같은 세속 칸타타에는 즐겁고 유쾌한 농담과 유머가 가득하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 노스가 바흐와 동시대 작곡가들의 류트음악을 연주하는 독주회(금호아트홀)를 열고 바흐 학자로도 유명한 존 버트(영국 글래스고대 교수)는 해설을 곁들인 오르간 독주회(영산아트홀)를 연다. 1만∼16만 원. 02-2220-1512

2007 국제바흐페스티펄
연주일시 및 장소
나이절 노스 류트 독주회Ⅰ-바흐 류트 음악18일 오후 7시 반 세종체임버홀
나이절 노스 류트 독주회Ⅱ-류트 음악의 황금기19일 오후 7시 반 금호아트홀
피에르 앙타이 쳄발로 독주회Ⅰ26일 오후 6시 반 금호아트홀
국제바흐학술심포지엄27일 오전 9시 반 한양대 백남음악관
피에르 앙타이 쳄발로 독주회Ⅱ-골드베르크 변주곡27일 오후 7시 반 세종체임버홀
존 버트 오르간 독주회-렉처 콘서트28일 오후 3시 영산아트홀
에마 커크비 독창회28일 오후 7시 반 세종체임버홀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연주회 Ⅰ-에마 커크비와 함께30일 오후 7시 반 세종체임버홀
타펠무지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연주회 Ⅱ-바흐와 비발디31일 오후 7시 반 세종체임버홀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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