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중 光化門 고민중…중요무형문화재 대목장 2인 도편수 놓고 경쟁

  • 입력 2007년 9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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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원중 기자
일러스트=김원중 기자
경복궁의 대문인 광화문. 지난해 12월 복원공사가 시작돼 본래 모습과 제자리를 찾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1968년에 세워진 광화문은 현재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올해 말이면 본격적인 복원이 시작돼 2009년 새로운 광화문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광화문이지만 문화재청은 복원공사를 총지휘할 도편수(우두머리 목수)를 아직 정하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다. 도편수 자리를 놓고 중요무형문화재 74호 대목장(大木匠) 신응수(65) 씨와 전흥수(69) 씨가 서로 자신이 적임자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복원이 시작되기 전에 목재를 준비하고 복원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도편수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화문 복원은 1990년 시작된 ‘경복궁 복원 20년 사업’의 대미를 장식하는 공사로 총 250억 원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경복궁 복원에는 그동안 모두 19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광화문은 침전(임금의 침방이 있는 전각) 권역, 태원전(신위를 모시는 전각) 권역, 건청궁(고종이 머물던 곳) 권역, 동궁(세자가 살던 곳) 권역 복원을 잇는 경복궁 복원의 화룡점정인 동시에 한국을 대표하는 대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도편수는 전통건축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어른’으로, 석공편수 미장편수 기와제작편수 등을 총지휘하면서 궁궐 건축물 복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대목장에게 광화문 도편수는 꼭 한번 맡고 싶은 ‘꿈의 리그’인 셈이다. 두 대목장이 맞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문화재 공사에서 도편수는 복원공사를 맡은 건설회사가 선정한 뒤 문화재청에 보고해 결정된다. 원칙적으론 두 대목장이 맞서고 있더라도 업체가 나름의 기준으로 도편수를 정하면 된다. 하지만 광화문의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이 큰 만큼 문화재청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 씨는 흥례문 강녕전 교태전 등 대부분의 경복궁 건축물 복원공사에서 도편수를 맡아 온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반면 전 씨는 자신이 이번 광화문 복원 공사를 맡은 건설회사에 소속된 기능인이므로 도편수를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해결점이 보이지 않자 4일 또 다른 대목장인 최기영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회장은 “문화재청이 평가제를 도입해 광화문 도편수를 정할 것”을 제안했다. 두 대목장의 건축 경력을 살펴 건축물의 짜임새가 시대의 멋을 제대로 구현했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신 씨는 조선시대 건축물을, 전 씨는 고려시대 건축물을 주로 만들어 왔다.

문화재청 궁능관리과 하선웅 사무관은 “대목장은 국가가 인정한 장인으로 공사 자격은 두 대목장 모두 갖추고 있다”며 “시공자가 선정한 도편수가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시공자에게 재선정을 요구할 순 있지만 점수를 매겨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 명의 도편수를 선정하는 것에 매달리기보다는 광화문 복원공사를 효율적으로 지휘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 도편수 체제는 미장 기와 등 각 분야의 최고를 모아 일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한 명의 도편수가 자기 식구를 데려오는 식이라 ‘밥그릇 싸움’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통건축 전문가인 한 교수는 “현대건축과 달리 전통건축은 도편수의 설계능력을 계량화한 적이 없어 객관적인 평가지표가 없다”며 “따라서 ‘나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며 도편수와 부편수 체제 등 협업 방식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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