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선조들의 항일 혼 되새겼다”

  • 입력 2007년 8월 1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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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2주년을 맞아 6박 7일간의 일정으로 항일운동의 근거지 러시아를 찾은 서울 광운대 교수와 학생 36명은 여행 4일째인 9일에 크렘린 붉은 광장을 방문했다. 정혜진 기자
광복 62주년을 맞아 6박 7일간의 일정으로 항일운동의 근거지 러시아를 찾은 서울 광운대 교수와 학생 36명은 여행 4일째인 9일에 크렘린 붉은 광장을 방문했다. 정혜진 기자
“기념비라도 없었다면 선조들의 치열한 삶의 흔적을 찾지 못했을 것입니다.”

광복 62주년을 맞아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은 서울 광운대 교수와 학생 36명은 세 개의 흰색 기둥으로 이뤄진 단출한 기념비 앞에서 한동안 고개를 숙였다.

기념비는 일제 치하 독립운동가 등 이곳에 정착한 한인 20여만 명의 집단 거주지였던 옛 신한촌(新韓村)을 기념하기 위해 1999년 8월 15일 세워졌다. 지금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로 변해 이 기념비 말고는 신한촌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신한촌은 새로운 한국을 꿈꾸며 선조들이 붙인 이름. 하지만 이들은 1937년 스탈린의 ‘조선인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모두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쫓겨났다.

고려인 3세가 주도해 만든 기념비에는 ‘민족의 최고 가치는 자주와 독립이다. 이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은 민족적 성전(聖戰)이다’란 글귀가 새겨져 있다.

강인한 민족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기념비지만 관리의 손길은 미치지 못했다. 기념비에는 현지인이 한 것으로 보이는 낙서가 곳곳에 새겨져 있었다.

김희교 광운대 학생처장은 “슬픈 역사일수록 흔적을 많이 남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기념비”라며 “역사의 기록은 승자에 의해 쓰일 수밖에 없기에 우리 스스로 기록의 이면을 살펴야 한다”고 이번 방문의 의미를 설명했다.

국문학과 4학년 정한나(23) 씨는 “늘 내 삶에 대해서만 생각해 왔을 뿐 우리 역사를 되돌아볼 기회가 없었다”며 “이곳에 와 보니 내가 그 시대를 살아온 선조들만큼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광운대 방문단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9466km를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이동했다. 열차의 동쪽 마지막 역인 블라디보스토크의 하산 역에서 강 하나만 건너면 바로 북녘 땅.

전자과 2학년 명노준(20) 씨는 “남북을 잇는 열차가 시베리아 열차와 연결돼 부산에서 유럽까지 ‘평화의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르쿠츠크의 초원에 들른 학생들은 소원을 흰 리본에 적어 나무에 매다는 러시아 전통 행사에 참가했다. 학생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흰 리본에 ‘남북통일’ 등 우리 민족의 염원을 빽빽이 적어 나무에 정성껏 매달았다.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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