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대한 다른 생각 영화 ‘준 벅’

  • 입력 2007년 6월 21일 03시 01분


화목하고 감동적인 것만이 가족의 모습일까? 28일 개봉하는 영화 ‘준 벅(June Bug)’은 이를 정면으로 반대한다. 그렇다고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처럼 ‘콩가루 집단’을 지향하지도 않는다. 필 모리슨 감독이 생각하는 가족은 끊임없이 갈등하는, 이방인 집단이다.

결혼 후 단 한 번도 시댁에 들른 적 없는 아트 딜러 메들린(엠베스 데이비츠)이 업무차 시댁 근처에 왔다가 시댁 식구들을 만난다. ‘6월의 벌레’란 뜻을 가진 ‘준 벅’은 잠시 왔다가 떠나는 메들린을 상징하는 것. 동서인 애슐리(에이미 애덤스)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를 맞이한다. 특별한 사건도, 갈등도 모두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자신보다 멋지고 날씬한 며느리를 질투하는 시어머니, 그런 아내를 둔 형이 부러운 시동생의 열등감은 “아 됐어” “뭐 어쩌라고” 등의 툭툭 내뱉는 말들로 드러나고 가족은 그런 것들로 서로에게 비수를 꽂는다. 감독의 의도는 바로 일상의 갈등이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 부담스러운 이들, 그러나 산모인 애슐리가 집에서 복통을 호소하자 모두들 병원으로 직행한다. ‘그래도 가족이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영화 속 최고의 명대사가 흘러나온다. 애슐리를 부축하는 시어머니가 이렇게 얘기한다. “얘, 걸을 때 조심해라. 양수 터지면 안 돼. 집 청소 해놨거든….” 아, 가족은 괴로워!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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