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줄 알았어 과거로 가면… 日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

  • 입력 2007년 6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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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령공주’가 서 있던 풀숲, ‘이웃집 토토로’가 날던 하늘과는 또 다른 자연친화적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선보인다.

14일 개봉하는 이 일본 애니메이션은 전혀 초현실적이지 않다. 매사에 덜렁대는 여고생 마코토는 어느 날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타임 리프’ 능력을 갖게 된다. 그 덕분에 그녀는 절친한 친구들인 지아키, 고스케와 함께 노래방에 가서 목이 쉴 때까지 실컷 노래를 부를 수 있고 학교 쪽지시험에서도 100점을 받는다. 그러나 마냥 행복하기만한 것 같은 그녀도 괴로워한다. 고스케는 자신의 고장 난 자전거를 빌려 타고 가다 전철에 치일 위기에 놓인다. 또 지아키에게 고백을 받은 그녀는 어색한 사이가 싫어 계속 과거로 돌아가 그의 고백을 가로막는다.

이 작품은 한 편의 ‘성장통’ 영화다. 온몸을 날리고 굴리는 마코토는 그녀 앞에 놓인 운명을 스스로 바꿔 나가며 세상을 마주 대한다. 그러나 그녀는 서두르지 않고 은은하게 받아들인다. 마치 그녀가 ‘실사’보다 더 푸른 하늘, 주황빛 노을이 퍼진 언덕과 조화를 이루듯 자연스럽다. 이 풍경은 영화 속 반전보다 더 여운이 남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코토는 슬퍼진다. 당연하다. 삶은 알수록 괴로운 존재 아닌가. 하지만 무릎이 깨져도 구르고 또 구르는 모습은 왠지 유년시절을 추억하는 우리네 모습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영화는 냉정하다. 영화 속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건 왜일까.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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