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제3의 길’ 찾기

  • 입력 2007년 3월 28일 03시 01분


보수적 ‘안보담론’과 진보적 ‘통일담론’을 뛰어넘을 제3의 담론으로 비판적 ‘평화담론’이 본격적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로 대표되는 평화담론은 남북정책의 목표를 통일이 아니라 남북의 평화로운 공존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맹’이냐 ‘민족’이냐는 가파른 이분법이 지배하는 구도에서 평화담론은 비현실적이라거나 비대중적이라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구갑우(사진) 북한대학원대 교수가 최근 출간한 ‘비판적 평화연구와 한반도’(휴마니타스)에서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안보문제 해소를 ‘대량살상무기’에 의존하려는 북한식 발상에 빗대 ‘대량설득무기’에 포획된 담론이라고 역비판을 가했다. 우리의 삶을 적극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상상력이 결여된 채 익숙한 것에 안주하고 과거를 답습하려 할 뿐이라는 점에서다.

구 교수는 먼저 안보담론이야말로 냉전의 산물이라는 계보학적 비판을 가했다. 그에 따르면 국제연맹의 탄생과 함께 집단안보개념으로 처음 등장한 안보개념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일국 차원의 국가안보 개념으로 축소된다. 세계패권국가가 된 미국이 국외에서의 국가이익과 국내에서의 국가이익을 결합시키고 군사정책과 외교정책을 하나로 묶기 위해 이를 전략적으로 사용하면서부터다.

국가안보 개념은 끊임없이 외부의 적과 위협을 필요로 한다. 냉전시대의 종식은 그 적의 상실을 가져옴으로써 국가안보담론의 토대를 무너뜨렸다. 그 돌파구가 바로 정치안보, 경제안보, 사회안보, 환경안보, 급기야 개인안보로까지 귀착되는 안보개념의 확장이다. 그러나 이런 안보개념의 확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적을 찾기 위한 편집증만 낳을 뿐 본질적 국제평화 질서 구축이라는 본질적 치유는 아니다.

구 교수는 ‘6·15담론’으로 호명한 통일담론에 대해선 남북의 평화적 통일에 대한 국제적 승인을 담보할 수 없는 ‘낡은 민족주의에 입각한 부국강병의 논리’라고 비판한다. 남북한의 경제적 교류만으로 그 군사적 대립 구도가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은 북핵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남북의 군비 증강을 억제하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로 이미 설득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또 통일담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남한은 비용의 부담을, 북한은 체제의 붕괴를 고민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역시 본질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구 교수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선 반전·반핵·평화의 3원칙을 동등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3원칙 중 반핵이 빠진 통일담론은 국제사회를 설득할 보편성을 상실하고, 반전이 빠진 안보담론은 핵무장만큼이나 전쟁의 재앙을 초래할 위험성을 지닌다는 점에서다.

구체적으로 평화담론의 대안은 무엇일까. 구 교수는 한미 동맹의 다자안보체제로 전환, 남한의 선(先)군축을 통한 북한의 군축 유도, 통일부의 평화부 전환 등에 대한 검토를 제안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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