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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7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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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공관장들 “한 귀로 듣고 흘리면 된다” 외면
이병완(사진) 대통령비서실장은 26일 재외공관장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면서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낮은 평가를 언론 탓으로 돌리며 또다시 언론을 비난했다.
이 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참여정부 4년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강연하며 “극우적 주장들이 세력을 이뤄 ‘언론권력’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한국에 지성과 진정한 언론이 존재하고 있는가”라며 “프랑스의 극우정치인 장마리 르펜과 같은 극우적인 파시스트 상황이 올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직접 쓴 원고라고 밝힌 강연 자료에서 “일부 신문이 권력의 감시자가 아니라 권력의 생산자, 창출자가 되려는 것은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자료에서 “4년 내내 대통령과 정부를 욕설 수준으로 비판해 놓고 그 결과에 따른 여론조사로 국정을 평가하는 악순환은 참여정부로 막을 내리길 기대한다”며 국정에 대한 여론의 낮은 평가를 언론 탓으로 돌렸다.
이 실장이 이날 재외공관장들에게 배포한 A4용지 27장 분량의 강연 자료 중 언론과 관련된 내용은 채 4장이 안 됐으나 30분가량 이어진 실제 강연에선 언론과 관련된 언급을 10분 정도 했다.
이날 강연에 대한 재외공관장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일부 공관장은 이 실장이 강연하는 연단이 아닌 다른 쪽을 바라보고 앉아 있었으며 강연이 끝난 뒤 박수도 치지 않았다.
대부분의 재외공관장은 강연 내용에 대한 평가를 묻자 함구했으며, 한 중견 외교관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당초 언론 비공개였지만 이 실장이 ‘공개’로 바꿨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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