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한국 문화가 스페인에 넘실거린다.
수도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국제 아트페어(미술시장) 아르코에서 주빈국 행사로 한국 문화의 향기가 가득 담긴 행사들이 잇달아 열리는 것. 10일 무속인 김금화 씨의 굿 공연이 성황리에 끝난 데 이어 백남준 작품전 등 대형 전시, 한국문학포럼과 영화제가 동시에 개최된다. 아트페어 행사는 15∼19일 열리지만 마드리드의 ‘한국 문화 축전’은 3월이나 5월 말까지 계속된다.
아르코는 1982년 시작된 이래 세계적인 아트페어 중 하나로 손꼽히는 미술시장. 매년 20만 명의 애호가가 방문하며 올해는 30개국, 259개 화랑이 참가한다.
아르코가 아시아 국가를 주빈국으로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빈국 행사는 ‘코레아 아오라(Corea Ahora·한국의 현재)’라는 주제로 열린다. 스페인의 주요 일간지인 엘 파이스, 엘 문도, ABC는 지난 주말 아트섹션에서 ‘아르코 2007의 한국-미래를 향한 전통의 시선’ 같은 특집을 싣는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아트페어에는 갤러리 현대, 국제갤러리, 노화랑 등 한국의 14개 화랑이 38명의 작품을 내놓아 유럽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 출품 작가들은 이동재 문범 함섭 강익중 씨 등.
주빈국 행사(커미셔너 김정화) 중 대표적인 전시는 13일∼5월 20일 텔레포니카에서 열리는 ‘환상적이고 하이퍼리얼한 백남준의 한국 비전’. 백남준의 걸작 중 한국 전통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는 행사로, ‘스키타이왕 단군’ ‘소통/운송’ ‘TV부처’ 등의 대표작을 포함해 86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스페인 문화계는 백남준의 걸작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홍희 경기도미술관장은 “전시장을 미리 둘러본 현지 관계자들이 ‘작품을 어떻게 모았느냐’며 (스페인에는) 대단한 기회라고 감탄했다”고 전했다.
사진작가 주명덕 씨는 ‘레트라토 데 라 메모리아’(기억의 초상)라는 제목 아래 3월 11일까지 시르쿨로 예술원에서 초대전을 마련한다. 서울, 경남 합천, 전북 정읍 등 전국의 전통 가옥과 돌담길 풍경을 렌즈에 담아 온 주 씨는 주최 측에서 ‘한국 전통 건축에 담긴 디자인 요소를 조망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초대받았다.
스페인 주택성이 운영하는 전시장 ‘아르케리아’에서 3월 25일까지 열리는 디자인전 ‘리셋’은 한국 디자인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 준다는 평을 받는다. 수많은 에어백으로 공간을 자유롭게 구성 분할할 수 있는 ‘노네임 노샵’ 팀 소속인 이상환 씨의 ‘아이백(i-100)’, 부채를 이용해 한국 전통의 향기를 자아내는 조명기구(이상진 씨의 젠) 등 120여 점이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설치작가 안규철 씨는 3월 11일까지 카사 엔센디다에서 48개의 방과 110개의 문을 가진 작품 ‘49개의 방’(하나는 마음속 방)을 전시한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의 수많은 관문을 풍자한 작품이다.
한편 한국번역문학원 주최로 13∼16일 열리는 한국문학포럼에는 고은 최승호 현기영 씨가 참가한다. 시인 고 씨는 ‘시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대담을 펼치며 안토니오 콜리나스 시인과의 만남도 가진다. 이 밖에 한국영화특별전, 김기덕 홍상수 감독전과 함께 ‘한국 영화의 오늘’을 주제로 한 공개대담 행사 등이 2월 말부터 3월 말까지 열린다.
마드리드=허 엽 기자 he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