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격정의 트럼펫 vs 달콤한 오보에…‘관악기 명인’ 내한

  • 입력 200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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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열 살 때 아버지에게 진료를 받았던 한 환자가 감사의 표시로 자신의 오보에를 선물했다고 해요. 그게 저와 오보에의 첫 만남이었습니다.”(오보이스트 알브레히트 마이어)

“여덟 살 때 맞은 크리스마스이브, 아버지가 악기점 옆을 지나다 몇 년 전 루이 암스트롱 공연에 갔던 기억이 나서 제 선물로 트럼펫을 사셨다고 해요. 싸구려였지만 어린 내게 장난감이 아닌 진짜 악기를 사 준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트럼페티스트 하칸 하르덴베르게르)

세계적인 연주자도 악기와의 첫 만남은 우연에서 시작된다. 그만큼 어릴 적의 경험은 소중하다. 평소 듣기 힘든 오케스트라와 관악 솔리스트의 협주무대가 잇달아 열린다. 내 아이와 함께 감미로운 목관, 금관악기의 소리를 즐겨 보면 어떨까.

○ 트럼펫의 살아 있는 전설, 하칸 하르덴베르게르

트럼펫 하면 떠오르는 추억은? 남자들이라면 군대의 기상나팔을 떠올릴 것이다. 다음 달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갖는 스웨덴 출신 트럼펫 연주자 하칸 하르덴베르게르는 트럼펫이 다채로운 컬러와 천변만화하는 표현력을 가진 악기라는 점을 보여 준다.

“트럼펫은 솔로 악기 중 가장 연약하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고독과 외로움을 표현할 수 있는 악기입니다. 또한 오케스트라를 뛰어넘는 강렬한 힘을 보여 주기도 하지요.”

그는 이번 공연에서 시카고 심포니 상주작곡가 터니지가 작곡한 트럼펫 협주곡 ‘난파선으로부터’를 서울시향과 협연한다. 그는 수많은 현대 트럼펫 협주곡의 초연을 담당해 왔다. 그를 위해 작곡된 이 곡은 솔로파트 일부가 즉흥연주를 위해 아예 비워져 있다.

“낮은 음역의 플뤼겔호른으로 시작되는 처음의 분위기는 매우 어둡고 침울합니다. 차츰 표준 트럼펫 연주로 전환되면서 점점 분노의 감정으로 치닫고, 피콜로트럼펫을 통해 이완되는 기분으로 안정감을 표현하지요. 어두움에서 밝음까지 다양한 감정표현이 담겨 있어요.” 1만∼3만 원. 02-3700-6300

○ ‘오보에 칸타빌레’ 알브레히트 마이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오보에 수석 알브레히트 마이어. 그는 2005년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당시 창덕궁 부용지에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단풍에 탄복하며 “저마다 각기 다른 색깔들이 조화를 이루며 하나가 될 수 있듯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공동체를 이뤄 평화롭게 사는 것이야말로 내가 꿈꾸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그가 2월 9, 10일 솔리스트 연주자로 다시 한국을 찾는다.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지휘 장윤성)와 함께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7번’을 자신이 직접 오보에 협주곡으로 편곡해 연주할 예정이다.

음악칼럼니스트 유정우 씨는 “마이어의 연주는 ‘오보에 칸타빌레’라는 표현을 써도 좋을 만큼 노래를 부르는 듯한 유려한 프레이징(음악의 흐름을 자연스러운 악구로 구분하는 일)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눈물이 흐를 것같이 아름다운 음색은 오보에도 마치 사람과 같이 피가 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베를린 필 수석연주자일 때와는 대조적으로 독주자로서 그는 대단히 자유로우며 마치 재즈 연주가처럼 과감한 즉흥연주를 서슴지 않는다.

“나는 오보이스트지만 오보에만이 나의 음악성을 표현하는 수단은 물론 아니다. 모든 분야의 음악은 궁극에 다다르면 결국 하나이다.”

2월 9일 오후 7시 반 경기 군포시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1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만∼7만 원. 031-392-6422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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