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더울땐 내가 더위가 되는게 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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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년 8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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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가 장맛비처럼 끈덕지고 집요하다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지겹고 넌더리가 나겠습니까.”
8일 서울 성북구 성북2동 길상사에서 열린 하안거(夏安居·음력 4월 16일∼7월 15일) 해제 법회에서 법정(法頂) 스님은 “이번 수해로 인간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장마와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법문을 이어갔다. 이날 법회에는 500여 명이 모였다.
법정 스님은 “사람과의 관계가 장마처럼 지나치게 끈덕지고 집착하는 관계가 되면 힘들어진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지만 과연 그런가”라고 되묻고는 “사람 사이에 극한투쟁을 피해야 한다. ‘어지간히 하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옛날 인도에서는 우기 때 나가면 움직임이 활발해진 벌레나 미생물들을 밟게 될까 우려한 고승들이 외출을 삼가면서 시작된 것이 안거(安居)”라고 설명한 뒤 “비에서 유래된 탓인지 올 하안거는 그야말로 우안거(雨安居)”라고 말했다. 올여름 그만큼 많은 비가 왔다는 설명이다.
자신의 거처인 강원 산골에서 수해를 목도한 스님은 “강원과 충북 지역에서는 아직도 수재민들이 쇠 막대로 땅을 파면서 가재도구를 찾고 있다”며 “더위는 마음으로 느끼는 것인데 그들에게는 더위를 느낄 마음의 여유도 없을 것”이라며 수재민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정진의 끝에서 내려다보는 사바세계는 어떻게 다가올까. 충남 예산군 수덕사 내 정혜사 능인선원에서 석 달간 꼬박 수행 정진하며 하안거를 마친 스님들이 8일 산문을 나서기 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속세를 내려다보고 있다. 김미옥 기자
남은 더위를 피하는 방법에 대해 스님은 “내가 더위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위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스님은 “더우니까 곡식이 익고 여름이 있으니 가을이 있다”며 가을만 돼도 쓸모가 없어지는 선풍기, 에어컨은 한때의 더위만을 피하려는 인간의 집착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오늘이 입추고 곧 이어 처서로 무더운 여름도 다 갔다”며 “모든 것이 한때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 한때에 집착하는 것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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