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 몸 이야기]<30>무용수의 공연 전날 섹스

  • 입력 2006년 7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침대가 아닌 무대에서 ‘절정’을 빚어내기 위해 때로 무용수들은 전날 밤 사랑하는 사람과의 ‘2인무’를 피하기도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침대가 아닌 무대에서 ‘절정’을 빚어내기 위해 때로 무용수들은 전날 밤 사랑하는 사람과의 ‘2인무’를 피하기도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월드컵대회 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 중 하나는 바로 ‘경기력과 섹스’. 각국 대표팀의 ‘경기 전날 밤 섹스 허용 여부’는 늘 관심거리다. 과연 ‘뜨거운 전날 밤’이 다음 날 경기에 나가는 선수들의 몸 컨디션에 영향을 미치는가는 스포츠계의 오랜 논쟁거리. 그렇다면 몸을 직접적인 표현 도구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예술 장르인 무용은 어떨까?

9명의 현역 무용가(여자 3명 남자 6명)에게 익명을 전제로 물어봤다. “공연 전날 밤이 다음 날 영향을 미치나요?” “전혀 상관없다”(2명)보다 “크든 작든 영향이 있다”(7명)는 응답이 더 많았다.

긍정적인 영향을 주장하는 근거는 “공연 전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엔도르핀이 돌아 오히려 몸 컨디션이 좋아진다” 등. 외국 유학 경험이 있는 한 무용수는 “외국에서는 몸이 뻣뻣한 무용수에게 ‘섹스를 하라’고 충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의 경우 젊은 무용수일수록 ‘심리적인 영향’에 무게를 둔 반면 연륜 있는 무용수일수록 전날 밤의 여파를 실제 ‘몸으로 느낀다’.

“전날에 일을 치른 뒤 다음 날 무대에 섰는데 몸은 전혀 힘들지 않았는데도 공연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모든 기를 공연에 쏟아 부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정신적 부담 때문이었던 것 같다.”(20대 중반 남자 무용수)

“섹스를 하면 수면 시간이나 신체 리듬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공연 전날 하면 다음 날 무대에서 몸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공연 한 달 전부터 술과 여자를 멀리 한다.”(30대 후반 남자 무용수)

섹스 한 번에 소모되는 체력은 약 100Cal. 200m를 전력 질주한 것과 비슷한 정도의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이 의사들의 견해다.

‘뜨거운 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신체 부위로 무용수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것은 역시 다리.

“전날 밤 무리하면 다음 날 발목 힘이 빠져나간 듯한 느낌이 들어 가급적 공연 전날엔 부부관계를 피한다. 섹스도 (무용처럼) 관절과 허리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공연을 앞두고는 아무래도 조심스럽다.”(기혼 여성 무용수)

“회전이나 도약을 할 때 다리가 풀린 듯한 느낌이 들면서 전날 밤의 영향을 확실히 느낀다. 도약을 할 때도 뭔가 몸이 충만한 상태에서 뛰어올라야 하는데 그 느낌이 들지 않는다.”(기혼 남성 무용수)

한 고참 남성 무용수는 “무대 위에서는 박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될 만큼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며 “다리가 풀리면 머리도 풀린다. 젊은 후배들은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상을 당하지 않으려면 혼신의 힘을 다해 집중하고 몸 근육을 무장시켜야 한다. 연습실에서 땀을 쏟은 그 힘들고 긴 시간의 성과를 전날 밤 한순간의 즐거움과 바꿀 순 없다”고 말했다.

관객을 위해 침대 아닌 무대 위에서 ‘절정’을 만드는 무용수들…. 춤이든 섹스든 최고의 ‘절정’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은 상대에 대한 뜨겁고 무한한 사랑이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