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 백두를 향해 치닫는 국도 44호선. 인제에서는 잠시 소양강을 벗한다. 홍천 떠나 설악산으로 향한 길. 거니고개 넘으니 인제 땅이다. 산 높고 물 좋아 ‘하늘 내린 인제’라 스스로 이름 붙인 청정 산골이다.
읍내에 닿기 전. 물가로 펼쳐진 광대한 호밀밭이 눈을 붙든다. 소양호 끄트머리의 벌판. 빙어축제 열리던 얼음판과 설원이다. 그즈음 ‘38선 휴게소’가 나타난다. 북위 38도 선상이다.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기 마련. 얼마나 깊은지 삼둔 오가리(난리 흉년을 피할 만큼 깊은 골짝·살둔 달둔 월둔, 아침가리 명지가리 곁가리 적가리 연가리)가 모두 여기에 있다. 대기가 가장 맑은 곳(1994년 환경부), 남성 최장수지역(2002년 서울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이 우연이 아니다.
여름 맞은 인제. 일상 탈출 도시인의 ‘피안(彼岸) 1번지’다. 산과 숲, 계곡과 물의 청징한 자연. 도시라는 혹성을 탈출한 이에게는 모두가 삼둔이자 오가리다. 내린천은 그중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다. 인제 자연의 여린 속살을 노력없이도 매만져 볼 수 있는 내린천의 래프팅 덕분이다.
원대교를 출발해 네댓 개 급류를 통과하며 6km 물길을 여행하는 두 시간. 얻는 것이 즐거움뿐이랴. 잊고 지낸 많은 소중한 것을 되찾는 감동도 있다.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초록 숲, 청록 빛의 담(潭)과 소(沼)….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 그것이 자연임을 새삼 느낀다. 그래서 감사한다. 이런 자연을 내린 하늘, 이 자연을 지킨 인제 사람에게.
여행길에 만나는 인제의 자연. 인제팔경(대청봉, 대암산용늪, 대승폭포, 12선녀탕계곡, 내린천계곡, 방동약수, 백담사, 합강정)으로 압축된다. 백담사는 용대리 국립공원매표소에서 버스로, 방동약수와 합강정(내린천 소양강 합수지점)은 내 차로 간다. 대승폭포와 12선녀탕계곡은 트레킹 코스다.
인제팔경에 하나를 더한다. ‘X Game 리조트’라는 어드벤처파크다. 63m 높이 번지점프, 공중 50m로 쏘는 슬링샷, 사륜구동 오토바이, 좌충우돌 수륙양용차가 있는 액티비티 중심이다. 모험레포츠는 친환경관광을 고민해 온 인제군의 탁월한 선택. 그 혜안에 박수를 보낸다.
이곳에서 7월 20∼23일 ‘하늘 내린 인제 레포츠축제’가 열린다. 물 축구대회, 자작 차 경연, 내린천 걷기, 사륜차 랠리 등. 설악산과 동해안으로 가는 도중이니 꼭 들러 보자.
○여행정보
◇맛집 △산채정식 ‘한국관’ (김준업): 산나물(20여 가지) 된장찌개 고등어구이 상차림(1인분 9000원). 033-461-2139 △숯불구이 ‘황토가든’(유인철): 횡성 인제 양구 고성한우만 취급(등심 200g 3만 원). 버섯전골(3만 원부터) 황태정식(7000원)도 별미. 너와집 건물. 033-461-3223 △막국수 ‘목련식당’(심영순): 손두부, 편육, 동동주 등 산골음식 내는 남전리의 소박한 식당. 033-463-6335, 016-9241-6335
인제=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수륙양용차 ‘아르고’… 물-땅 거침없이 ‘부르릉’▼
▽인플래터블 카약=‘더키’ ‘펀약’이라고 불리는 공기 주입식 카약(1∼3인승). 래프팅보다 훨씬 다이내믹하다. ‘나홀로 패들링’(노젓기)으로 가이드를 따르거나(송강카누학교 익스프레스투어· 1시간 반·6만 원) 가이드가 패들링하는 카약에 동승한다. △송강카누학교(교장 박영석): 내린천 래프팅을 개척한 국내 패들링스포츠의 원조. 033-461-1659, 011-343-2659, www.paddler.co.kr △한백레저: 02-515-6633, 033-461-5033, www.hbl.co.kr
▽아르고=물과 땅, 눈과 얼음, 자갈밭과 덤불을 거침없이 통과하는 신종 수륙양용차(캐나다산·3∼6인승). 티코 크기에 출력(20마력)도 낮지만 급경사의 자갈밭도 오를 수 있다. 비결은 모든 바퀴(6개나 8개)를 돌리는 전륜(全輪) 구동. 소양강변의 덤불(왕버들 갈대), 늪, 자갈밭, 물을 통과하는 4km 코스(10∼15분 소요) 탑승에 1만5000원. 산골마을 남전1리 주민협의회가 번지점프장에서 운영(www.8WD.co.kr). 033-463-4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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