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미래의 소비자들’

  • 입력 2006년 5월 2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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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소비자들/마틴 레이먼드 지음·박정숙 옮김/496쪽·1만8500원·에코비즈

소비자는 ‘바퀴벌레’다. 약을 뿌려도 금방 내성이 생겨 더 강력한 약이 필요한 바퀴벌레처럼, 쏟아지는 광고 마케팅에 내성이 생긴 소비자는 웬만한 광고엔 꿈쩍도 않는다. 하지만 어쩔거나. 내성 강한 ‘바퀴벌레’가 모든 기업의 구애 대상인 것을….

영국 런던의 미래연구소 설립자인 저자는 그 어느 때보다 까다로울 미래의 소비자를 이해하려면, 소비자에게 질문하는 대신 그들의 삶을 직접 경험하거나 참여관찰을 해 보라고 제안한다. 시장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미래 지향적 브랜드는 표준적인 것 대신 개인적이고 독특한 문화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간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소비자의 가장 깊은 필요와 욕구를 이해하는 열쇠인 ‘왜(Why)’의 대답을 얻어 내려면, 소비자들이 제품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인 ‘어떻게(How)’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어떻게 미래의 소비자와 트렌드를 내다볼 수 있는지를 들려준다. 낯선 용어가 많고 글이 딱딱해 초반에 몰입하긴 어렵지만 4분의 1쯤을 넘어가다 보면 인내심 있는 독자에게 흥미로운 소비자 분석 결과가 보상으로 주어진다.

1997년 당시 많은 네트워커가 여전히 닷컴에 관심을 갖고 있을 때 마켓 리서치 회사인 스푸트니크의 네트워커들은 벌써 ‘나(I)’ 문화의 도래와 테크노 샤머니즘, 유기농 식품의 유행 등을 점쳤고 이들의 예측은 실현됐다. 실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대안적 컬트 경향이 있는 사람들을 조용히 탐색한 덕분이다.

런던의 한 리서치 회사는 소비자의 브랜드에 대한 태도를 조사하기 위해 30명의 일상을 ‘몰래카메라’로 관찰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여성은 ‘다이어트와 체중감량 효과’를 내세운 시리얼 제품에 손도 대지 않았다. 아주 뚱뚱한 사람들이나 먹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알고 싶은 트렌드 관찰자들은 인류학자들과 함께 쓰레기까지 연구한다. 대화 도중 자주 환경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쓰레기를 확인해 보면 실제 자신의 말처럼 살고 있지는 않다. 물건을 소량으로 구매하는 학생이나 젊은 독신자들의 쓰레기는 이들이 되레 사치품을 충동 구매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말해 준다.

미래는 끝없이 변화하고 이질적인 것들이 경계를 넘나드는 세계다. 저자는 그 같은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겉보기에 관계없어 보이는 학문 분야를 넘나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래연구소가 발견해 낸 미시적 트렌드도 흥미롭다. 조닝 아웃(Zoning Out·사람들이 없는 외딴곳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려고 돈을 아낌없이 지불하는 현상), 선샤인 틴(Sunshine Teen·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기꺼이 시위에 참석하는 10대들), 레인보 유스(Rainbow Youth·호화로운 레저와 새로운 경험에 기꺼이 투자하는 50대 이상의 사람들) 등 이미 실현되었거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트렌드가 허다하다(이 책은 2003년에 쓰였다).

전문화, 특성화가 강조되는 마당에 되레 저자는 “미래에는 전문인이나 전문적 기술은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전문성에 갇힌) 근시안적 자폐성은 기업을 무능하게 하고 창조적 장점과 미래를 상상하는 장점을 거세하기 때문”이다. 연결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상,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통찰력을 얻고 싶다면 저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 볼 만하다. 원제 ‘The Tomorrow People-Future Consumers and How to Read Them’.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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