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13년 도산 안창호 흥사단 창립

  • 입력 2006년 5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흥사단(興士團).

1913년 5월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도산 안창호(島山 安昌浩·1878∼1938) 선생이 창립한 단체다. 진정한 민족자주독립을 위한 핵심적 일꾼을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흥사단의 정식 단원인 ‘통상단우’가 되려면 예비단우로 1년간 활동한 뒤 서약문답이란 독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전통을 세운 사람도 도산이다.

도산은 입단 문답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한 것일까. 도서출판 청포도에서 발행한 ‘안창호 평전’에 소개된 문답의 한 실례만 읽어 봐도 그 의도가 짐작된다.

때는 1920년 가을, 장소는 중국 상하이(上海).

▽도산=우리나라의 주인은 누구요?

▽입단 지원자=(잠깐 주저하다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도산=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인은 누구요?

▽지원자=대통령 이승만.

▽도산=대통령 이승만의 주인은 누구요?

▽지원자=대한 국민, 우리 2000만 민족.

▽도산=하느님께서 ‘대한 국민아 나서라’ 하고 부르신다면 ‘예’ 하고 나설 자가 누구요?

▽지원자=…….

▽도산=나는 ‘나 안창호’라고 대답하오.

▽지원자=(그제야 깨달은 듯이) 예, 나 ○○○요.

▽도산=그렇소. 우리 대한 사람은 남자나 여자나 저마다 다 대한 국민이요, 저마다 다 대한의 주인이오.

몇 시간씩 계속되는 일문일답을 통해 지원자는 ‘내가 먼저 나서지 않으면 내가 주인인 나라도 되찾을 수 없다’는 신념에 도달해 간다.

그러면 도산은 말한다.

“공(功)은 ‘우리’에게 돌리고 책임은 ‘나’에게 돌리자. 이 길밖에는 우리나라, 우리 민족을 구원할 길이 없다고 믿어서 우리가 흥사단으로 모인 것이오.”

동아일보 1925년 1월 25일자 1면에 실린 도산의 기고문 ‘국민동포에게 드림’의 주제도 진정한 주인의식이다.

“오늘 조선 사회에 주인 되는 이가 얼마나 됩니까. 조선인은 누구든지 명의상 주인은 다 될 것이되 주인다운 주인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도산은 “영원한 책임감을 가진 주인이 없는 집은 무너지거나 다른 사람에게 점령당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일제는 사전검열을 통해 이 기고문을 신문지상에서 삭제해 버렸다.

도산이 지금의 한국 사회를 향해 ‘주인다운 주인이 얼마나 되느냐’고 다시 묻는다면 무어라 대답하면 좋을까.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