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구술잡기]통찰력 있는 비판…‘멋진 신세계’

  • 입력 2006년 5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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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지음·이덕형 역음/334쪽·7000원·문예출판사

“하나를 알면 열을 꿴다.” 똑똑한 사람을 일컬어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막막하게 느껴지는 ‘통합교과적 사고’도 사실 이 말이면 족하다. 암기에 머무르지 말고, 현상 하나로도 다른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제임스 와트가 발명한 증기기관은 끓는 주전자를 본 데서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다.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것은 떨어지는 사과에서 우주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다른 것에서 같은 것을 꿰뚫는 능력이 바로 창의력의 원천이다.

지식의 칸막이를 넘나들려면 문학작품을 가까이하자. 좋은 소설은 현실의 벽을 넘어 주제 하나로 세상을 재구성한다. 조지 오웰의 ‘1984’는 텔레스크린에서 개인을 감시하는 권력의 눈을 포착했기에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약은 육체를 치료하지만, 스티븐슨은 선과 악의 본성을 약물로 분리시킨 덕분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낳았다. 예술과 과학의 자유로운 상상력은 틀에 매이지 않는 ‘영역 전이’에서 비롯된다.

생명공학에 초점을 맞춘 ‘멋진 신세계’는 다양한 영역 전이가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책이어서 눈길을 끈다. 인간을 대량 생산하는 사회에서 교육 종교 정치의 변화상을 입체적으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병에서 나온’ 인간들은 배아 시절부터 화학적으로 능력이 조절된다. 이들은 능력에 맞게 사회 계급 구조에 편입되며, 수면학습법에 의해 자신의 처지를 긍정적으로 인식한다. 각자는 역할이 분명하고 분업의 결과물을 공유하기 때문에 사회는 안정되어 있다.

인간적 고통이 생기더라도 걱정하지 않는다. ‘소마’라는 약물이 우울증을 잊게 하고 쾌락의 느낌을 갖도록 정신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종교나 문학은 이성보다는 감성을 계발하기 때문에 사회에 해가 된다. 그래서 ‘결혼’ ‘셰익스피어’ ‘신’과 같은 말은 불쾌한 금기어다.

이 책의 주제는 ‘육체와 정신이 통합된 자유로운 인간 추구’에 있다. 세계 총통 무스타파와 존이 나누는 대화는, 사회를 통제하는 과학기술과 인간적 삶을 중시하는 현대인 간의 대화로도 볼 수 있다.

‘멋진 신세계’는 이제 문명 비판을 뜻하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상상이 공상으로 빠지지 않으려면 원리에 대한 통찰력이 담겨 있어야 한다. 학생들은 이 책에서 사고의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주제의 무게에 힘을 싣는 방법을 섬세하게 배워 보길 바란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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