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리뷰]“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삶을 경계하라”

  • 입력 2006년 4월 29일 07시 26분


코멘트
4월이 저물면서 베스트셀러 시장에도 물갈이가 시작되는 듯하다.

올해 초부터 강세를 보였던 국내 소설이 주춤하면서 문예, 경제경영, 실용, 소설 등 다양한 부문의 책들이 고르게 약진하고 있다. 순수 문예물로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2003년 출간된 이 책은 최근 동명의 영화가 국내에 개봉되면서 한 달여 만에 7만 부가 팔렸다.

비소설로는 유일하게 법정 스님의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가 상위권에 진입했고, 이민규 교수의 대인(對人)지능 계발서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도 급부상하고 있다. 판매 부수가 각각 20만 부와 30만 부를 넘어섰다.

‘오만과 편견’은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여류 작가 오스틴의 출세작이자 대표작. 작가 스스로 “(내용이) 너무 가볍고 밝고 반짝거려서 그늘이 필요하다”고 했다니 로맨틱 코미디의 소재가 될 법도 하다. 564쪽에 이르는 이 세기의 연애소설에서 러브신(?)이라곤 손에 입맞추는 게 전부. 그런데도 200년 가까이 꾸준히 사랑받아 온 것은 여성들의 뿌리 깊은 ‘신데렐라의 꿈’에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작가 특유의 예리하고 풍자적인 묘사와 섬세한 감각이 돋보인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법정 스님의 글과 법문 중에서 130여 편의 글을 추렸다. 책 속에 담긴 한마디 한마디는 우리의 ‘속 뜰(마음)’을 침묵으로 가득 채운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늙음이 아니라 녹스는 삶이다. 살 때는 삶에 철저해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해 그 전부가 죽어야 한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는 자신이 심리학 박사이면서도 부부 사이에, 또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고민하고 갈등했던 저자 스스로의 경험이 배어난다. 생생한 일상 사례에 동서양의 고사와 심리학 이론을 버무려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지 ‘끌림’의 처세술을 일러 준다.

저자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비법은 없다”며 “우리를 진흙탕에 처박을 수 있는 사람도, 거기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사람도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과 잘 지내고 싶다면 무엇보다 자신과 친해져라!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