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곽원갑’ 리롄제 “고수는 손에도 마음에도 칼이 없다”

  • 입력 2006년 3월 2일 0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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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도 마음에도 칼이 없는 단계가 최고 무술의 경지’라고 말하는 리롄제. 그는 자신의 삶을 투영한 ‘무인 곽원갑’을 통해 진정한 무술정신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박영대 기자
‘손에도 마음에도 칼이 없는 단계가 최고 무술의 경지’라고 말하는 리롄제. 그는 자신의 삶을 투영한 ‘무인 곽원갑’을 통해 진정한 무술정신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박영대 기자
《9일 개봉되는 ‘무인 곽원갑’은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전기 영화다. 곽원갑은 무도 정무문(精武門)의 창시자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무술인. 1900년대 초 중국이 외세에 힘없이 스러져가는 격동의 시기에 강직한 무술정신으로 영웅이 된 인물이다. 시사 직후 완성도가 높다는 평을 들은 이 영화는 주연 리롄제(李連杰)의 절도 있는 무술이라는 육(肉) 속에 진정한 무술정신이라는 혼(魂)을 넣었다. 내한한 리롄제를 만났다. 영화는 12세 이상 관람가.》

―단순히 무인의 삶을 다룬 게 아니라 배우 자신의 삶을 많이 투영한 것 같다.

“맞다. 나는 곽원갑을 통해 삶이 구도의 과정이라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공교롭게도 곽원갑과 나는 8세 때부터 무술을 연마해 왔고 그가 죽은 나이와 지금 내 나이 42세도 똑같다. 처음에는 승리에만 집착하다 무술이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깨닫는 그의 여정을 나만큼 잘 이해하는 사람도 드물 것 같아 영화화를 먼저 제의했다.”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두 가지다. 첫째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참의미를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마음이 너무 약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기복이 있다. 적은 외부에 있는 어려움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부정적인 생각들이다.”

―두 번째 메시지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현대사회에 폭력은 폭력을,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폭력과 테러가 난무하는 서방세계에 복수의 반복은 악순환일 뿐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 시대에 무술정신은 어떤 의미가 있나.

“진정한 무술은 싸움을 안 하는 것이다. ‘무(武)’는 그칠 지(止)와 창 과(戈)의 합성어다. 창을 그친다는 것은 싸우는 것을 멈춘다는 것이다. 무술의 본질은 화려한 액션 뒤에 감춰진 정신이다. 20여 년 동안 무술 영화를 찍어 왔는데 늘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에게 당한 것을 갚을 때 무술로 제재하는 규칙을 적용한 것 같다. 폭력은 절대 마음을 바꿀 수 없다. 무술보다 중요한 것은 이해와 사랑이다. 내가 무술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이 영화에 담고 싶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무술의 단계가 있나.

“3단계가 있다. 첫째는 손에도, 마음에도 칼이 있는 단계다. 최고가 되겠다고 무술을 연마하는 때다. 둘째는 손에는 칼이 없지만 마음에 칼이 있는 단계다. 상대를 직접적으로 해치지는 않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오만과 승리에의 집착이 있다. 셋째는 손에도, 마음에도 칼이 없는 단계다. 절대적인 적이 없는 단계다. 이 경지는 아마 종교적인 경지일 것이다. 무인 곽원갑 이후 내가 출연하는 무술영화는 종교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아 이제 무술영화는 안 찍고 싶다.”

―싸움의 고수가 된 곽원갑은 결국 자신의 오만 때문에 가족을 잃으면서 급격한 마음의 변화를 겪는다. 당신의 삶도 비슷한가.

“영화보다 극적이진 않지만 충분히 괴로운 시절이었다.(웃음) 젊을 때 고통은 육체적 측면이 컸지만 나이 들수록 마음의 고통이 커졌다. 마흔이 가까워 오자 비로소 내가 처한 고통을 객관화하기 시작했다. 어려움은 바깥에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그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2004년 12월 쓰나미 참사 때 가족과 함께 몰디브에 머물면서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이 영웅처럼 보도됐다.

“난 영웅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 둔다.(웃음) 당시 호텔에는 국적도, 종교도 다른 200여 명이 있었다. 모두 대자연의 재앙 앞에서 하나가 되었다.”

―앞으로 계획은….

“인생의 반은 영화를 찍겠지만, 반은 자선활동을 하고 싶다. 환경보호운동이 아닌 영혼보호운동을 하고 싶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 ‘무인 곽원갑’ 어떤 영화

유명 무술인의 아들로 태어난 곽원갑은 승승장구한다. 마침내 라이벌 진사부와 목숨을 건 혈투를 벌여 승리하면서 그 앞엔 이제 거칠 게 없다. 그는 ‘내가 최고’라는 생각에 안하무인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그와 혈전을 벌였던 진사부가 결투 후유증으로 숨지자 진사부의 수제자가 원갑의 모친과 딸을 죽이는 복수를 하면서 인생이 달라진다. 제자들과 가까운 친구에게조차 버림받은 원갑은 자살을 시도하지만 미수로 끝난다. 그는 앞 못 보는 착한 여인 월자에게 구조된 후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 어머니 성묘길에 들른 고향에서 다시 결투를 제안 받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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