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사후에도 영원한 ‘세계인 ’유해 韓-獨-美에 나눠 안치

  • 입력 2006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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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1층에 있는 고 백남준 씨의 작품 ‘다다익선’ 앞에 설치된 분향소. 박영대 기자
31일 오후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1층에 있는 고 백남준 씨의 작품 ‘다다익선’ 앞에 설치된 분향소. 박영대 기자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자택에서 타계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白南準) 씨의 시신은 화장한 다음 한국과 미국, 독일 등에 분산 안치된다.

뉴욕 ‘백남준 스튜디오’의 한 관계자는 30일 “유해를 한국으로 옮길 예정이지만 선생님과 인연을 맺어온 독일과 미국에도 유해의 일부를 안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밖에 한두 나라가 추가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고인은 생전에 “죽으면 고국인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독일은 고인이 젊은 시절 전위예술을 공부한 곳이자 비디오 아티스트로 첫발을 시작한 ‘예술의 고향’이고, 미국은 뉴욕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한 그의 예술이 활짝 꽃핀 곳이라는 점 때문에 유해 안치장소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뉴욕의 ‘백남준 스튜디오’와 독일 베를린의 구겐하임미술관 분관에 안치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해 대부분은 한국으로 옮겨진다.

백 씨의 조카이자 매니저인 켄 백 하쿠다 씨 등 유족은 30일 저녁 시신을 마이애미에서 뉴욕으로 옮긴 뒤 31일 오전 기자회견을 하고 장례일정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백 씨 생전의 마지막 전시회인 ‘무빙타임’전을 열고 있는 뉴욕한국문화원도 2일 젊은 비디오 아트 작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뉴욕타임스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사망하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부음기사를 쓰는 등 전 세계 언론이 백 씨 타계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31일 고인에 대해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인정받는 예술가이자, 일찌감치 텔레비전의 위력을 감지하고 이를 예술에 도입한 작가”로 평가했다. 이어 “그의 작품은 심오하며 시각적으로 현란하고, 때로는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AP, AFP 통신 등도 백 씨의 타계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 세계에 타전하면서 그의 일생과 작품세계를 자세히 보도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은 고인을 ‘비디오 예술의 아버지’라고 소개하면서 그가 독일에서 수학하면서 예술적 영감을 얻은 사실을 부각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盧대통령 조화-조전 보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31일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인 고 백남준 씨의 영전에 조화와 조전을 보내 애도를 표했다고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조전에서 “고인은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서 한국인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세계에 드높였고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정신은 감동 그 자체였다”며 “세계 예술사에 길이 남을 거장으로, 그리고 우리 국민의 큰 자랑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국립현대미술관에 분향소 설치▼

미국에서 타계한 백남준 씨를 국내에서 조문할 수 있는 분향소가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에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31일 오후 본관 1층 원형 전시실에 있는 백 씨의 1988년 작품 ‘다다익선’ 앞에 분향소를 설치해 3일까지 운영한다. 미술관 측은 이 기간에 방문하는 조문객에 한해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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