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뮤지컬 ‘프로듀서스’

  • 입력 2006년 1월 25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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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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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프로듀서스’는 전형적인 ‘브로드웨이적’ 코미디 뮤지컬이다.

‘브로드웨이적’이라는 것은 무대 전환만 40번에 가까운 화려한 볼거리, 안무가 출신 연출가 수잔 스트로만 특유의 기발한 춤, 늘씬한 쇼걸들, 그리고 ‘사랑+섹스+반전+화해+성공’이라는 요소가 적절히 들어간 ‘해피엔딩’을 뜻한다. 이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토니상 역대 최다 부문(12개 부문) 수상작.’

한물간 뮤지컬 프로듀서 맥스는 순진한 회계사 레오를 동료로 끌어들여 ‘한탕’할 계획을 세운다. ①최악의 시나리오를 찾는다 ②형편없는 연출가와 스태프를 찾는다 ③투자자들에게 최대한 돈을 모은다 ④공연이 혹평 속에 막을 내리면 투자금을 갖고 외국으로 튄다….

1막에서는 능구렁이와 풋내기 프로듀서가 좌충우돌하며 ‘히틀러의 봄날’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형편없는 동성애 연출자를 끌어들이는 과정이 그려지고 2막에서는 망해야 할 ‘히틀러의 봄날’이 엉뚱하게 성공하면서 거듭되는 반전이 펼쳐진다. 성적 농담도 빈번하게 등장하는 성인 관객을 위한 코미디.

공연 첫날의 관용적 덕담인 ‘다리나 부러져라(Break Your Leg·행운을 빈다)’를 외치는 순간, ‘히틀러’ 역을 맡은 배우 다리가 부러지면서 이것이 결국 공연 성공의 계기가 되는 것처럼 ‘언어의 유희’도 곳곳에서 등장한다. 이런 미국적 유머를 어떻게 우리말로 옮기느냐에 작품 성패가 달려 있다. ‘동성애자’와 ‘즐겁다’는 뜻을 모두 갖는 ‘게이’는 가장 맛깔스럽게 번역된 예. ‘게이’들은 “즐겁게이, 가볍게이, 예쁘게이∼” 하고 노래를 불러 웃음을 자아낸다.

송용태(맥스)는 노래할 때 다소 숨이 가빴지만 연기는 노련했다. 2막 후반부에서 맥스가 그동안의 공연 내용을 압축해 하이라이트로 보여 주는 장면은 가장 박수를 받을 만 하다. 김다현도 제 몫을 온전히 해냈다. 코러스들이 부르는 1막 첫 곡을 비롯해 합창이 나오는 부분에서 노래 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음향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뮤지컬 산업적으로 보면 현재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 중인 최신작 ‘프로듀서스’가 시차 없이 국내 무대에 올려진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그만큼 우리 뮤지컬 시장이 커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브로드웨이의 ‘정서’가 국내 관객에게도 통할지도 관심거리다.

뮤지컬에서 두 프로듀서는 ‘망해야 성공’하지만, 실제 이 작품의 두 프로듀서(설도윤, 설도권 형제)는 ‘노트르담 드 파리’ ‘지킬 앤 하이드’ 등 쟁쟁한 대작과 맞붙은 만만치 않은 환경에서 이 뮤지컬을 성공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프로듀서스’, “다리나 부러지길!”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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