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만들어 방한한 키아로스타미 감독

  • 입력 2005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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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로스타미 감독. 박영대 기자
키아로스타미 감독. 박영대 기자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체리 향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란의 거장 아바스 키아로스타미(65·사진) 감독. 그가 제2회 서울환경영화제 참석차 8일 서울에 왔다. 1997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은 두 번째 방한이다.

영화제 주최 측인 환경재단의 의뢰를 받아 그가 감독한 32분 분량의 디지털 다큐멘터리 영화 ‘키아로스타미의 길’을 개막식에서 선보인 뒤 9일 기자들과 만났다.

“이번처럼 요청을 받아 영화를 만든 것은 처음입니다. 영화제의 이름(Green)에 매력을 느낀 데다 평소 생각과 부합하는 취지여서 기꺼이 수락했죠. 영화를 통해 자연과 환경에 대해 내가 느끼는 흥미와 관심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가 연출하고 내레이션을 맡은 ‘…길’에서는 인간의 삶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길에 대한 감독 특유의 정갈한 이미지들이 이어진다. 그는 “이전 영화들처럼 이 작품도 길과 자연이 드러나는 영화”라며 “지구가 원래의 상태인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들에는 세월의 기억을 땅 위에 수놓은 듯, 어디론가 멀리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렇게 길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길은 소통과 관계의 길”이라며 “길이야말로 인간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진 자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길로 상징되는 자연과 함께 동심도 그가 즐겨 다뤄 온 소재다. 그는 “살다 보면 인간은 결국 동심으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이치를 말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테헤란 태생으로 미술을 전공했다. 1970년 영화 ‘빵과 길’을 선보인 이래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의 싹을 버리지 않는 소박한 사람들의 삶을 다룬 작품들을 발표해 평단과 관객들의 사랑을 누려 왔다. ‘체리 향기’(1996년)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바람이…’(1999년)는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 그랑프리를 받았다.

영화뿐 아니라 20여 년간 사진작업에도 몰두해 왔다. 아날로그 카메라로 찍은 그의 사진미학을 감상할 수 있는 사진전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는 15일까지 금호미술관에서 열린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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