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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6월 18일 0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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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속에 살아있는 동물이야기1∼3/박영수 지음/각권 168쪽 내외·각 권 8500원·영교출판(초등 3, 4학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은 중국 송나라에서 조선으로 건너왔다. 원래 중국 속담에서는 가죽을 남기는 것은 ‘호랑이’가 아닌 ‘표범’이지만(豹死留皮 人死留名) 조선에 들어오면서 호랑이로 바뀌었다. 중국에서는 표범을 높이 친 반면 우리는 호랑이를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
이처럼 문화 풍속에는 그 나라의 민족성이 담겨 있다. 저자는 유물에 새겨진 각종 동물 무늬의 의미를 짚어봄으로써 우리 역사 속의 문화 탐험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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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무늬는 고구려와 백제 유물에서 많이 나타나고 신라 유물에는 용이 주로 등장했으며, 불가사리는 조선 유물에만 있다. 여기에는 어떤 상징이 숨어 있을까?
이 책은 크게 ‘상상의 서수(瑞獸·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어지는 동물)’ ‘짐승’ ‘새·물고기·기타’ 등 세 부분으로 구분돼 있지만 차례대로 읽지 않고 관심 가는 동물부터 골라 읽어도 관계없다.
기린을 왜 ‘용마’라고도 부르는지, ‘박쥐’라는 말은 어떻게 유래됐는지 등 각 동물의 어원부터 시작해 ‘서양의 피닉스와 봉황은 어떻게 다를까’ ‘과거시험을 공부하는 선비들은 왜 원숭이 연적과 같이 원숭이가 들어간 문방구를 좋아했을까’ 등 각 동물과 관련된 여러 가지 궁금증을 재미있게 풀었다.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 고미술품을 보는 눈도 한 뼘쯤 자라는 것 같다.
조선시대 화가로 유명한 장승업의 ‘죽원양계’를 보자. 맨드라미가 피어 있는 마당에서 닭들이 한가로이 모이를 쪼는 이 그림은 평화로운 농촌 풍경화 같지만 실제는 ‘지속적 출세’를 기원하는 상징화다.
이 그림을 읽어 내는 핵심은 닭과 맨드라미다. 수탉의 볏은 모양이 관모(冠帽)같이 생겼다고 해서 ‘벼슬’이라고도 한다. 한자어로는 ‘닭의 관’이라는 뜻인 ‘계관(鷄冠)’. 맨드라미는 꽃 모양이 닭볏 같다고 해서 한자로 ‘계관화(鷄冠花)’로 불린다. 여기에서 착안해 닭과 맨드라미는 출세를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닭과 맨드라미는 그림 속에서 나란히 놓이지 않고 반드시 위 아래로 배치됐다. 닭과 맨드라미 모두 벼슬을 상징하므로 위 아래로 배치하면 ‘관상가관(冠上加冠·관 위에 관을 얹는다)’이 된다. 즉, 더 높은 관직으로 올라감을 상징하는 것이다.
저자는 같은 내용을 중고교생용과 초등학생용으로 나누어 출간했다. 초등학생용은 글자체를 키우고 어려운 단어를 쉽게 풀어쓰면서 ‘∼했을까요?’ 식의 경어체를 사용해 분량이 3권으로 늘어났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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