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人 71명이 쓴 ‘스승 김동리와의 추억’

  • 입력 2005년 6월 1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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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리 선생님이 아니 계셨더라면 박경리라는 작가도 작품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동리(1913∼1995·사진) 타계 10주기인 17일을 앞두고 나온 추모문집 ‘영원으로 가는 나귀’에서 소설가 박경리(79) 씨는 김동리가 자신의 문학의 어버이라고 밝혔다. 중진 문인 71명이 ‘스승 김동리’와 나눈 사연을 고백한 이 책에서 박 씨는 김동리의 추천으로 데뷔할 당시의 기억을 회상했다.

6·25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셋방살이를 하며 상업은행 본점에 다니던 박 씨는 친구의 도움으로 김동리에게 시를 보여줄 기회가 있었는데 돌아온 평은 “소설을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박 씨는 그 뒤 ‘불안시대’라는 제목의 단편소설을 김동리에게 맡기고 낙향해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했다. 그러다 박 씨는 1955년 ‘현대문학’ 8월호에 박경리란 이름의 신인작가 단편 ‘계산’이 실린 것을 보게 됐다. 박 씨는 처음에는 이 소설이 자기 글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박 씨의 본명은 박금이인데 김동리가 ‘박경리’라는 필명에 소설 제목도 바꾼 채 데뷔시킨 것.

박 씨는 “선생님은 오늘날 활동하고 있는 과반의 작가를 길러내셨고 현대문학의 지평을 그으신 분이다. 참으로 위대한 스승이셨던 선생님, 배은망덕한 이 제자, 저승에 가게 되면 그때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려주십시오”라며 생전에 제대로 찾아뵙지 못한 회한을 털어놨다.

김동리기념사업회(회장 김주영)는 17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강당에서 ‘김동리 10주기 추모문집 출판기념회 및 추모의 글 헌정식’을 연다. 박경리 김원일 송기원 오정희 씨 등이 추모의 글을 낭송하고 ‘김동리 추모 음악의 밤’이 열린다. 가수 이동원 캐씨리 김진권 권희덕 씨 등이 김동리 시에 곡을 붙인 ‘무지개’ 등을 부른다. 기념사업회는 또 20일∼9월 10일 전국 중·고·대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1회 김동리 문학 독후감 공모대회’를 연다. 김동리의 시 소설 수필들을 읽고 독후감(원고지 10∼15장 분량)을 써서 kimdongri@naver.com으로 보내면 된다.

8월 25일 오후 3시 서울 영상자료원에서는 ‘무녀도’ ‘역마’ 등 ‘김동리 원작 영화 상영회’가, 9월 27일 오후 3시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김동리 문학 학술 심포지엄’이 열린다. 동아일보사는 이 행사들을 후원한다. 문의 02-3675-5633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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