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인문인협회와 시드니 우리교회, 호주 동아일보사가 공동 주관한 ‘윤동주 60주기 추모 문학제’에는 윤동주의 3남1녀 형제자매 중 유일한 생존자인 여동생 윤혜원 씨(82)가 참석했다. 북간도 룽징(龍井)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던 윤 씨는 1948년 12월, 중국 공산당의 기독교 탄압을 피해 귀국하면서 고향집에 남아 있던 윤동주 시인의 초 중기 작품 원고와 사진을 가져와 윤동주의 시 세계가 국내에 더욱 풍성하게 알려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윤 씨는 그동안 “공연한 말로 그의 ‘티 없는 초상’을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며 언론과의 인터뷰를 피해왔다.
남편 오형범 씨(82)와 함께 1986년부터 시드니에 정착해 살고 있는 윤 씨는 올해부터 생각을 바꿔 본인만 알고 있는 비화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윤 씨는 이날 행사에서 “동주 오빠 방의 책꽂이에 꽂혀 있던 노트 3권을 아버지의 권유로 가져왔는데, 당시엔 그 노트에 담긴 시들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몰랐다”고 회고했다.
이날 생애 처음으로 오빠의 대표시 ‘서시’를 공개 낭송한 윤 씨는 “앞으로 동주 오빠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들을 공개하겠다. 그건 윤동주의 시 중에서 밝은 내용의 시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씨는 “오빠는 늘 과묵했지만 유일한 여동생인 나에게는 무척 짓궂었다”며 오빠의 장난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이날 강사로 초청된 ‘정본 윤동주 전집’의 저자 홍장학 씨는 강연을 통해 “그동안 윤동주 삶의 비극성에 얽매여서 정작 그의 시 읽기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면서 “60년의 긴 세월이 흘렀으니, 이젠 그의 시가 제대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한다”고 말했다.시드니=윤필립 재 호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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