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千의 얼굴’ 짐 캐리 매력 또 한번 빠져봅시다!

  • 입력 2005년 1월 19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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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올 댓 시네마
사진제공 올 댓 시네마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이 아성을 구축한 판타지 모험 영화계에 ‘슈렉’의 드림웍스가 슬그머니 도전장을 냈다.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원제 ‘Lemony Snicket's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 주인공이 레모니 스니켓? 속단은 이르다. 같은 이름의 베스트셀러 동화 시리즈가 원작인 이 영화에서 레모니 스니켓은 실루엣으로만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작가다. 그는 하루아침에 세상에 내던져진 보들레어가(家) 3남매의 대리기록자인 것 같기도 하고 혹은 남매의 운명을 손에 쥔 창조주 같기도 하다.

○ “3남매 처치하고 유산을 챙겨라”

영국인인 듯싶고 미국인인 것도 같으며, 증기기관차와 이동전화, 리모컨이 함께 등장하는 몽환적인 배경. 보들레어 집안 3남매는 의문의 화재사고로 부모와 집을 잃는다. 남은 것은 그들이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한 푼도 쓸 수 없는 막대한 유산과 각자의 비범한 능력. 맏딸인 열네 살 바이올렛(에밀리 브라우닝)은 어떤 문제가 생기든 해결도구를 만들어내는 세계 최연소 발명가, 둘째이자 외아들인 클라우스(리암 에이켄)는 읽은 것은 무엇이든 기억하는 독서가다. 이제 겨우 아장아장 걸음을 떼는 막내 써니(카라, 샐비 호프먼 쌍둥이 공동출연)는 한번 문 것은 절대 놓지 않는 괴력의 소유자다.


3남매가 처음 맡겨진 곳은 ‘겁나게 먼 친척’인 올라프 백작(짐 캐리)의 낡은 저택. 사악한 연극배우인 그의 관심사는 3남매를 처치하고 유산을 차지하는 것뿐이다. 백작의 음모가 드러나, 3남매는 새로운 후견인인 파충류 학자 몽티 삼촌의 집으로 가지만 변장한 올라프 백작의 계략에 빠져 몽티 삼촌은 살해되고 3남매는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집을 앗아간 화재사건에도 뭔가 비밀이 감추어져 있음을 알아챈다.

○ 메릴 스트립-주드 로가 ‘겨우’ 조연

‘레모니 스니켓’은 스케일이 크다. 특유의 캐릭터 변신술을 보여주는 올라프 백작 역의 짐 캐리 외에도 톱스타인 메릴 스트립(조세핀 숙모), 더스틴 호프먼(평론가), 주드 로가 ‘겨우’ 조연급으로 출연한다. 상상과 현실, 시간흐름이 뒤섞인 환상의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100% 세트 촬영됐다. 그중 조세핀 숙모의 집이 있는 눈물샘 호수 세트는 축구장 다섯 개 크기의 스튜디오를 물로 채워 만들어졌다.

그러나 외형적인 스케일에 비해 보들레어 3남매가 겪는 모험의 사이즈는 크지도 않고 그리 드라마틱하지도 않다. 해리포터 같은 마법사도 아니고 ‘절대 반지’도 없는 인간의 아이들이어서일까.

대신 보들레어 3남매에게는 ‘혈연’이 지니의 램프처럼 주어진다. 위기상황마다 힘을 합쳐 세상의 삭풍을 이겨내는 끈은 남매들이 꼭 잡은 손이다.

부모가 3남매에게 준 선물이 망원경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보들레어 3남매에게 주어진 임무는 세계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멀리 자신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를 내다보며 사악한 세상에서 성장의 통과의례를 치러나가는 일인 것이다. 이야기는 이제 시작인 셈이다.

‘시티 오브 앤젤’ ‘캐스퍼’의 브래드 실버링이 감독했고,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찍은 임마누엘 루베츠키가 촬영을 맡았다. 27일 개봉. 전체 연령 관람 가.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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