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건강열풍 돌아보면]<3>얼짱과 미용성형

  • 입력 2004년 12월 26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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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은 무죄다. 인터넷에 떠도는 연예인 성형 전후 비교 사진은 더 이상 큰 흉이 아니다. 주변에 성형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성형하지 않은 연예인은 오히려 신기하게 느껴진다. ‘성형중독’이라는 말도 조금은 식상하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미용성형은 그저 외모를 가꾸는 방법의 하나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2004년의 성형 트렌드=불경기로 경영난을 겪는 병원도 있지만 유명 성형외과에는 여전히 ‘얼짱’을 꿈꾸는 사람들이 몰린다.

올해 성형수술의 가장 큰 흐름은 절개부위를 최소화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시술법의 확산이다.

방학이나 명절연휴를 기다릴 필요 없이 주말에 수술해 월요일이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작고 저렴한 수술’을 선호하게 된 것.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눈꺼풀 위에 작은 구멍을 내서 눈 뜨도록 만드는 근육과 피부를 묶어 쌍꺼풀을 만드는 방법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 성형외과에는 주말을 이용해 간편한 수술로 외모를 가꾸려는 여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젊은 남성과 장·노년층의 성형도 눈에 띄게 늘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연령 확대와 성별 파괴도 두드러진다. 2월 서울 강남구 한 성형외과를 찾은 78세 할머니는 “낮은 코가 평생 한이었다”며 보형물 삽입수술을 받았다. 처진 눈꺼풀 때문에 병원을 찾은 60세 이상 노인이 코나 주름 수술을 함께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성형수술을 받는 남자도 많아졌다. 여자친구와 함께 오는 20대 중후반의 취업준비생, 부인과 함께 오는 30, 40대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크게 표 나지 않는 코 수술’을 원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사업을 하는데 나이 들어 보이면 신뢰감을 주기 어렵다며 정기적으로 보톡스 시술을 받는 50대 남성도 적지 않다.

▽‘도가 지나치지’ 않으려면?=성형에 대한 편견이 크게 줄어든 반면 지나친 성형에 대한 염려는 많아졌다. 반복된 불법수술로 얼굴이 망가진 ‘선풍기 아줌마’의 끔찍한 모습이 지난달 TV를 통해 알려졌다. 그 뒤 한동안 강남 일대 성형외과의 수술예약 취소 사태가 생기기도 했다.

성형중독은 정신질환이다. 더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망가진 얼굴은 ‘얼짱’으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 외모지상주의의 위험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에게 쌍꺼풀 수술을 해주겠다고 병원에 데려오는 부모도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자아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에 얼굴 모양이 바뀌면 정신적 손상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대한 모양을 얻기 위해서도 미용성형은 성장기가 지난 후에 하는 것이 안전하다.

남이 보기에 아무리 이상하더라도 본인이 자기 외모에 만족한다면 성형수술은 필요 없다. 자신이 절실히 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고치면 예뻐 보이겠다”는 남의 말 때문에 성형할 경우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수술을 반복하기 쉽다.

성형중독이 의심되는 경우는 △남들이 보기에는 괜찮은데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같은 부위의 수술을 반복하거나 △외모에 대한 관심이 지나쳐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경제력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수술을 반복할 때 등이다. 이 경우 정신과 상담을 받는게 좋다.

적절한 성형수술은 외모 콤플렉스를 없애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정한 선을 넘어버리면 걷잡을 수 없는 정신질환이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미용성형 치료 어떤 게 있나▼

박피(Peeling)는 피부를 벗긴다는 뜻이다. 화학물질 또는 레이저로 표피를 벗겨낸 뒤 진피에 들어있는 콜라겐 섬유를 자극해 재생시키는 원리다. 이렇게 하면 피부에 탄력이 생긴다는 것.

피부를 벗겨내는 정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지만 최근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것은 ‘얕은 박피’다. 시술 시간도 짧고 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킨 스케일링, 크리스털 필링, 다이아몬드 필링, 산소 필링 등이 있다. 그러나 흉터가 얕은 피부에만 적용이 되며 3, 4회 이상 반복 시술을 받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보톡스, 레스틸렌, 아테콜 등 주사요법도 인기다.

보톡스는 4∼6개월마다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사람에 따라 얼굴 근육이 일시적으로 마비돼 탈을 쓴 것처럼 어색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약 효과가 사라지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겔 형태인 레스틸렌은 입술을 도톰하게 하거나 골이 깊게 팬 주름을 메우는 데 사용된다. 주사기로 한번 삽입하면 1∼2년간 효과가 계속된다. 최근에는 약효가 오래가는 물질이 많이 출시됐다.

지방흡입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의사들은 지방흡입술이 비교적 안전한 시술이라고 말한다. 피하지방을 빼내 체형교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을 줄였다 해도 비만 때문에 생긴 당뇨병과 같은 합병증까지 고칠 수는 없다. 전신마취를 하기 때문에 자칫 무리한 시술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이 밖에 배, 허벅지, 엉덩이 등에서 지방을 빼내 이마나 코, 가슴 등에 이식해주는 미세지방이식술도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미용성형 치료를 한다 해서 모두 미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부작용을 경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의사들은 평소 자외선을 피하고 숙면을 취하며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미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바람직한 생활습관이 미인의 비결인 것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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