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즈 사진담당했던 이광진씨

  • 입력 2004년 9월 21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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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기자
변영욱기자
“감사용은 삼미에서도 눈에 안 띄는 선수였어요. 말이 없고 과묵했죠. 사진을 봐도 애수에 젖어 있잖아요.”

롯데호텔 홍보실 사진 총괄담당 이광진(李光振·46·사진)씨는 최근 개봉한 ‘슈퍼스타 감사용’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다 감정이 북받쳐 결국 눈물을 흘렸다. 삼미 슈퍼스타즈 선수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던 프로야구 원년 1982년이 선명하게 떠올라서였다.

인천의 야구 명문 동산고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던 그는 당시 선후배들이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삼미의 팬이 돼 카메라를 들고 삼미 팀 경기를 열심히 쫓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삼미의 이혁근 단장이 그를 불렀다. “이 단장은 제가 찍은 삼미 팀 경기 사진들을 보고는 감동했어요. ‘구단에서도 못하는 일을 자네가 하는구먼. 고맙네. 계속 사진을 찍어주소’라며 편리를 봐줬습니다.”

맘껏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지만 삼미는 허구한 날 지기만 했다. 선수들도 사진 찍히는 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삼미가 10연패한 날, 주장 김구길 선수가 말했다. “팀 분위기가 말이 아닌데 네가 선수단 버스 타고 다니면서 사진 찍어댈 때냐.”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완행열차를 타고 부산 대구 광주 원정경기를 쫓아다니며 경기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다음해인 83년 롯데호텔에 사진 담당으로 입사하면서 그의 ‘삼미 사진찍기’도 뜸해졌다. 구단도 다른 기업으로 넘어가 삼미와의 인연이 아득한 옛일이 돼 갈 즈음 삼미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고이 간직했던 옛날 사진과 필름을 꺼내 들고 나섰다. “영화사 사람들 눈이 뒤집혔어요. 이런 사진들이 있느냐면서.”

실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이씨의 사진에 크게 의존했다. 당시 유니폼, 경기장 모습, 선수단 버스까지 정확하게 재현하는 작업은 그의 사진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정도. 감사용의 유일무이한 승리 장면도 그가 잡은 것. “삼미는 실력은 부족했어도 열정은 넘쳤죠. 그래서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 아닐까요.”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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