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뮤지컬 스토리’…브로드웨이, Since 1880

  • 입력 2004년 8월 13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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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무대 예술의 ‘메카’인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현재의 위치에 극장가가 형성된 것은 1920년대 전후다. 사진제공 숲
오늘날 무대 예술의 ‘메카’인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현재의 위치에 극장가가 형성된 것은 1920년대 전후다. 사진제공 숲
◇뮤지컬 스토리/이수진 조용신 지음/432쪽 2만8000원 숲

오늘날 수많은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은 “나는 브로드웨이 스타가 될 거야!”라고 외치지만 19세기 말에는 “나는 보더빌 스타가 될 거야!”라고 외쳤을 것이다.

1880년부터 1920년대까지 미국에서 성행한 ‘보더빌(Vaudeville)’은 곡예 노래 코미디 춤 합창이 어우러진 대중 무대 공연. 당시 무려 2만5000명의 보더빌 배우가 존재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톱가수가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오늘날 공연과 달리 보더빌은 무명의 솔로 가수의 지루한 공연으로 끝을 맺었다는 점. 하루에 최대 5회까지 공연했을 만큼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앙코르 없이 빨리 관객을 내보내기 위해서였다.

미국의 쇼 비즈니스는 잡다한 장르를 나열한 버라이어티 쇼에서 출발해 보더빌 시대에 이르러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기본 철칙인 ‘건전함’과 ‘오락성’을 획득해 나가기 시작한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1880년대를 오늘날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진정한 출발기로 보았다.

총 1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기원과 역사, 배우와 작곡자 제작시스템 등을 읽기 쉬운 문체로 설명한 일종의 뮤지컬 입문서. 제2차 세계대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20여년간 지속된 뮤지컬 황금기, 1970년대부터 시작된 위축기, 그리고 이른바 ‘빅4’(캐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로 불리는 영국 웨스트엔드 뮤지컬이 브로드웨이를 점령했던 1980년대 후반, 거꾸로 ‘라이언 킹’ 등 디즈니의 뮤지컬이 화려하게 런던 웨스트엔드를 공략한 1990년대와 최근까지의 상황이 수백편의 작품 설명과 함께 펼쳐진다.

뉴욕에서 무대에 올려지는 공연들은 극장의 위치(브로드웨이 소재 여부)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객석 규모를 기준으로 브로드웨이(500석 이상)와 오프(off) 브로드웨이(100∼499석), 그리고 오프-오프(off-off) 브로드웨이(99석 이하)로 나뉜다.

‘작은 브로드웨이’인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시작한 ‘렌트’ ‘코러스 라인’ 등은 오프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했다.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성공작들을 신랄하게 패러디한 뮤지컬은 오프의 인기 아이템. ‘숨겨진 브로드웨이’는 현재까지도 인기리에 공연되는 대표적인 패러디 뮤지컬이다. 떨어지는 샹들리에를 피하지 못하는 ‘오페라의 유령’과 회전무대 대신에 배우들이 빙빙 도는 ‘레미제라블’이 단골 패러디 레퍼토리.

반면 오프-오프 브로드웨이는 오프와 달리 비(非)상업성을 표방한다. 1950년대 덩치가 커진 오프가 상업주의로 흐르자 이에 반기를 들고 극장을 떠나 창고와 카페로 몰려들면서 오프-오프가 출발했다. 오늘날 뉴욕시 전체에 분산돼 있는 오프-오프 극장에서는 크고 작은 연극이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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