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 시청료 받을 자격 있나

  • 입력 2004년 5월 21일 18시 38분


감사원 특감 결과 KBS가 방만한 경영으로 국민의 시청료를 낭비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상위직 직원 숫자가 하위직의 두 배에 이를 만큼 ‘높은 자리 늘리기’에 급급하고 격려금 등을 과다하게 지급하는가 하면, 16개 지방방송국을 거느리면서 경영부담을 자초한 것은 KBS가 어떤 돈으로 운영되는지, 주인이 누구인지 망각한 채 오로지 집단이기주의에 매달려 왔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KBS는 전국의 모든 가정에서 한달에 2500원씩 내는 시청료로 운영되는 방송이다. 꼬박꼬박 시청료를 받아가는 KBS가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면 이런 도덕적 해이는 없었을 것이다. 특감 결과는 KBS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감조차 외면해온 조직임을 보여준다.

지배구조의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다. 감사원은 KBS이사회가 사장에 대한 견제기능을 사실상 포기한 조직이라고 평가했다. 국가기간방송이 사장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나라와 민주 발전을 위해 중대한 문제다. 공영방송의 핵심인 정치적 중립성이 사장 한 사람의 성향이나 개인적 의지에 따라 손쉽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 입장에서 보면 사장을 누구로 임명하느냐에 따라 공영방송을 ‘장악’할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과거 KBS는 예외 없이 정권에 대한 편향성을 보여 왔고 이 정권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KBS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KBS 특감은 때늦은 감이 있다. 더구나 감사원이 KBS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음을 보여주는 특감결과를 내놓으면서 징계권을 발동하지 않은 것은 큰 모순이다. 특감이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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