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동승의 얼굴에 묻은 부처의 미소

  • 입력 2004년 5월 21일 17시 22분


상봉 스님의 선화 ‘낮잠’. 사진제공 리즈앤북
상봉 스님의 선화 ‘낮잠’. 사진제공 리즈앤북

불교계에선 법보시(法布施·부처님 법을 알려주는 보시)가 최고의 보시로 통한다. 부처님 오신 날(26일)을 앞두고 법보시의 전령사인 불교 서적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불교가 좋다’(동아시아)는 일본 융 학파의 선구자이자 동양적 심리학을 주창한 가와이 하야오 문화청 장관과 종교학 철학을 두루 넘나드는 일본 인문학계의 선두주자 나카자와 신이치의 대담집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돼 인문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의 장점은 불교를 불교학이나 종교학에서 벗어나 인류학 경제학 양자역학 우주론 심리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해 불교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또 성(性) 행복 부정(否定) 등 여러 개념에 대한 불교와 기독교, 이슬람교의 차이점을 비교한다.

신화적 존재가 아니라 역사적 인물로 부처의 생애를 다룬 ‘부처님의 생애와 가르침’(한진)도 일독해볼 만하다. 저자 한갑진씨는 신화적 요소가 강한 산스크리트어 경전을 배제하고 아함경(阿含經)에 따라 찬찬히 부처의 일생을 살폈다.

전국 100여개 사찰의 단청과 탱화를 그린 상봉 스님의 ‘낮잠’(리즈앤북)은 부드럽고 따뜻한 선화와 함께 짤막한 법어를 전한다. 그림 속 천진난만한 동승의 얼굴에서 유희삼매(遊戱三昧)의 경지를 느끼고 익살스러운 달마의 모습에선 부처가 바로 내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똥간에 오래 앉아 있으면 똥내가 나지 않는다/ 향나무 아래 오래 앉아 있으니 향내 또한 사라졌다’는 법어는 불이(不二)한 불법의 세계를 드러낸다.

국내 큰스님을 다룬 책도 적지 않다.

조계종 총무원장과 종정을 지낸 청담 스님(1902∼1971)을 직접 모시거나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36명의 육성을 담은 ‘아! 청담’(화남)은 스님의 수행과 됨됨이를 친근하게 보여준다. 50여년 동안 장좌불와(長坐不臥)와 일종식(一終食)을 지켜오다 지난해 열반한 청화 스님의 법어를 묶은 ‘마음, 부처가 사는 나라’(이른아침)는 그가 남긴 가장 대중적인 법문을 뽑은 책.

‘달라이 라마, 삶을 이야기하다’ ‘달라이 라마, 죽음을 이야기하다’(북로드) ‘행복’(문이당) 등 달라이 라마의 근간과 ‘마음 모음’ ‘소를 찾아가는 열가지 이야기’(나무심는사람) 등 틱낫한 스님의 책도 앞 다퉈 나왔다. 이중 ‘소를…’은 불교의 십우도(十牛圖·소, 즉 깨달음을 찾는 10가지 과정을 그린 선화)의 틀을 빌려 틱낫한 스님이 지어내거나 옛 경전에서 따온 우화 모음집으로 잔잔한 가운데 죽비로 내려치는 따끔한 가르침이 있다.

부산 범어사 관조(觀照) 스님의 포토 에세이집 ‘님의 침묵’(솔), 강원 설악산 오세암 주지 성민 스님의 수행 일기인 ‘여유를 알면 삶이 아름답다’(장승), 신라 왕자로 당나라에 건너가 등신불이 된 김교각 스님의 일생을 다룬 소설 ‘다불’(랜덤하우스중앙), 다선(茶仙)으로 유명한 초의선사의 일대기를 담은 ‘초의선사’(동아일보사) 등도 나왔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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