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소주문화 취재 온 일본인 다무라씨

  • 입력 2004년 4월 20일 18시 43분


일본 신슈TV의 아나운서 다무라 가오리는 한국 소주가 한류 열풍을 타고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술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박주일기자
일본 신슈TV의 아나운서 다무라 가오리는 한국 소주가 한류 열풍을 타고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술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박주일기자
“소주 맛요? 한마디로 산뜻하죠.”

일본 나가노(長野)현의 지역방송국 신슈(信州)TV의 아나운서 다무라 가오리(田村火織·24). 그는 한국 소주를 ‘미즈와리로 마시기 좋은 술’이라고 말했다. 미즈와리는 술에 찬물을 섞어 마시는 것. 소주에 레몬즙, 우롱차, 우유, 탄산음료 등을 섞어서 마시기도 한다. 반면 다무라씨는 소주에 따뜻한 물을 섞어 마시길 좋아한다.

“일본의 선술집에서 소주를 주문하면 ‘어떻게 드실 겁니까’라고 물어요. 타서 마실 다른 음료를 주문하라는 것이죠.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사람은 거의 볼 수 없어요.”

다무라씨는 일본에서 두산 경월소주를 판매대행하는 산토리사의 초청으로 지난주 한국을 찾았다. 2박3일의 짧은 기간에 강원 강릉시의 경월소주 공장을 방문하고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한국의 소주문화’에 관해 취재를 했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일본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배합’이더군요. 도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맛보기가 두려워 포기했어요.”

일본에서 한국 소주의 인기는 판매량으로 나타나고 있다. 1995년 판매량이 180만상자였으나 지난해에는 849만5000상자로 대폭 증가했다. 주류업계는 판매량의 99%가 미즈와리로, 나머지 1%는 한국인 밀집지역에서 스트레이트 방식으로 소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소주를 마신 뒤 곧바로 안주를 먹는 것도 특이하더군요. 일본인은 술을 마신 뒤 물로 입을 헹구는 게 일반적이에요.”

일본에서 판매되는 희석식 소주는 한국과 달리 감미료 등 첨가물을 넣지 못하도록 주세법으로 규제되기 때문에 무색, 무취, 무미 등 ‘3무’가 특징. 이 때문에 한국에서 팔리는 소주를 맛본 일본인들의 첫 반응은 대부분 ‘달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소주는 남녀 불문하고 젊은 사람이 좋아하는 술이 됐어요. 기회가 된다면 한국 소주문화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취재해 일본에 알리고 싶어요.”

차지완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