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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3월 21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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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약은 없습니다.”(의사)
“옆집 아이는 약 먹고 성적이 많이 올랐다는데….”
요즘 소아청소년 정신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서울 강남지역 등에서 화제를 끌고 있는 ‘머리 좋아지는 약’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떤 약이 있나=전문의들에 따르면 머리를 좋게 한다고 알려진 약은 대부분 행동이 부산하고 주의력이 부족한 병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치료제이다.
재작년부터 서울 강남지역에선 뇌에서 사고를 관장하는 이마엽(전두엽)의 기능을 좋게 해 ADHD를 치료하는,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인 페니드 메칠펜 등의 약이 ‘성적 올리는 약’으로 소문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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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약은 약효가 4∼5시간만 지속되기 때문에 하루 3번 복용해야 했는데 지난해 하루 한 번만 복용해도 되는 콘서타라는 약이 나왔다. 또 조만간 메타데이트라는 비슷한 약이 나올 예정이다. 약의 원리는 이마엽의 기능을 좋게 해 집중력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꼭 ADHD가 아니더라도 이들 약을 먹으면 이마엽의 기능이 좋아지고 성적이 오른다는 소문이 나돈 것이다.
이들 약은 한때 중독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지만 장기 연구 결과 중독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약을 복용한 아이 10명 중 2, 3명에게 두통 복통 구역질 식욕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10~20명 중 1명은 심한 짜증을 낸다는 것.
성분은 다르지만 비슷한 작용이 있는 이마엽 활성제인 페몰린은 드물게 간에 독성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
한편 항우울제인 데시프라민은 우울증이 있고 집중력이 약한 아이에게 효과적이다. 보통 사람의 뇌에는 여러 가지 감각정보 중 필요한 것을 취사선택하는 ‘여과 기능’이 있는데 이 약은 이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DHD가 아닌데도 효과가 있나=ADHD가 아니지만 다소 산만한 아이가 이들 약을 복용하면 집중력이 좋아지고 성적이 올라가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다.
일부 의사들은 “ADHD가 아닌 경우 대부분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ADHD 의심 어린이의 절반 정도가 뇌가 아니라 주위 환경 또는 학습방법의 문제를 갖고 있으며 이 경우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의사들은 “ADHD라는 진단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에게 이마엽 활성제를 먹였다가 효과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반박한다.
뇌의 학습단계는 계단식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학습에 도움이 된다면 다음 단계에서도 도움이 되며 따라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러나 이들 의사도 집중력에는 별 문제가 없는 아이가 복용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뇌를 이해해야 학습능력 오른다=아이의 학습에 문제가 있다면 부모가 자기 나름대로 판단을 내리지 말고 일단 소아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ADHD라면 약을 복용하고 행동요법 등의 치료를 병행한다.
ADHD가 아닌 경우에도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다면 일단 복용시킨 뒤 효과가 있으면 계속 약을 먹게 하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약을 끊는다.
그러나 약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우선 잠은 최소한 6시간은 자도록 한다. 잠을 못자면 뇌가 인위적으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멍한 상태를 만들어 집중력이 떨어진다. 잠을 자는 동안 뇌는 낮에 단기 저장한 기억을 대뇌 전체에 장기 저장한다. 또 수면시에는 성장에 필요한 온갖 호르몬이 분비된다.
식사는 단백질과 탄수화물 등이 포함된 음식을 골고루 먹여야 한다.
간혹 콜레스테롤이 유해하다며 콜레스테롤이 든 음식을 먹이지 않는 부모가 있는데 콜레스테롤은 뇌세포 구성에 필수적이다. 또 적게 섭취하면 체내에서 많이 합성되고, 많이 섭취하면 체내에서 적게 합성되므로 비만이 아니라면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단백질은 뇌의 활동에 필수적이므로 매일 일정량 이상의 육류와 생선을 먹는 것이 좋다. 탄수화물은 뇌 활동의 에너지원이 되므로 가급적 아침에는 밥을 먹여 뇌가 왕성히 활동하는 것을 돕도록 한다. (도움말=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동원 교수,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유한익 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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