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포커스]‘장기주택’으로 稅혜택 펀드로 고수익

  • 입력 2003년 10월 30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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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 그래픽=정인성기자 71jis@donga.com

사진=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 그래픽=정인성기자 71jis@donga.com

“우리 통장에 있는 돈을 이것 저것 다 합쳐보니까 1억원이 조금 넘더라. 우리 집 마련하려고 차곡차곡 모아 왔지만 앞으로도 계속 소극적으로 저축만 해야 할까?”

“이래저래 투자해볼 마음은 굴뚝같지만 주식에 넣자니 목돈 까먹을까 두렵고 부동산에 투자하자니 혹시 ‘상투 잡지나 않을까’ 겁나지 않아?”

지난해 결혼한 맞벌이 부부 박진수(27) 윤지연씨(28)는 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요즘 같은 ‘초저금리 시대’, 목돈을 가진 사람들 모두의 고민이다.

박씨 부부의 목돈 굴리기 목표는 몇 년 안에 신도시에 32평 아파트를 마련하는 것. 직장에 양해를 구한 뒤 24일 한나절 동안 은행, 증권, 부동산 등의 투자 컨설팅을 받으러 다녔다. 방문한 곳은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킹(PB)팀과 삼성증권 Fn 아너스 클럽, 스피드뱅크의 부동산연구소. 동아일보 위크엔드팀이 이 현장에 동행했다.

●재산 현황

―정기예금 6000만원(수시 출금 가능, 연 금리 5.5%)

―근로자우대저축 2450만원(2006년 만기, 연 금리 8.5%)

―장기주택마련저축 1000만원(2009년 만기, 연 금리 6.5%)

―주택청약정기예금 1200만원(부부 모두 청약 1순위)

―개인연금 800만원(노후대비용)

―여윳돈 월 300만원

박씨 부부의 재산 목록이다. 금리가 높을 때 좋은 상품에 가입한 편.

은행에 다니는 박씨의 연봉은 4000만원, 출판기획사에 다니는 윤씨 연봉은 3000만원 정도. 은행에서 지원한 소형아파트에 살기때문에 당분간 집에 돈을 쓸 일은 없다.

이들은 주식투자를 직접 할 생각은 없지만 주식형 펀드 같은 약간 위험성이 있는 투자를 해 볼 생각도 있다. 리스크가 커야 재산도 빨리 불어나니까.

요즘은 여윳돈이 있어도 ‘돈 굴리기’는 쉽지 않다. 투자상담을 받고 있는 윤지연(왼쪽) 박진수씨 부부. 이종승기자

●'장기주택' 금리 가장 높아

박씨 부부는 먼저 신한 PB팀의 한상언 재테크팀장에게 자문을 구했다. 한 팀장은 “현재 가입한 예금이나 저축이 꽤 괜찮은 조건이므로 대부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대신 매달 생기는 여유자금으로는 장기주택 마련 저축에 넣을 것”을 권고했다.

박씨는 이미 연 금리 6.5%로 7년짜리 이 저축에 가입해 1000만원을 모았다. 한 팀장은 “올해가 가기 전 부인인 윤씨 명의로 이 저축을 하나 더 개설하고 30∼50년 만기 상품 서너 개를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 팀장의 설명은 이렇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은 현존하는 확정금리 상품 중 가장 금리가 높다. 현재는 세대주가 아니라도 가입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세대주에 제한된다.

분기당 300만원을 넣을 수 있으므로 연간 상한액인 1200만원까지 넣는 게 좋다. 비과세와 소득공제 혜택을 최대한 받을 수 있기 때문. 연간 750만원 이상 넣으면 최대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봉 4000만원인 박씨의 경우에는 60만원가량의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부인 윤씨가 이 상품에 가입하면 세대주가 아니라서 소득공제는 받지 못하지만 비과세 혜택은 받는다.

30년이 넘는 장기주택마련저축도 서너 계좌 정도 개설해둠직하다. 통장 개설 후 추가로 돈을 넣지 않아도 상품이 살아있기 때문. 7년이 지나면 해약이 자유로워 목돈이 필요하면 계좌를 옮겨타면 된다. 7년짜리 혜택은 고스란히 받으면서 보장기간만 4배이상 긴 셈이다.

●해외펀드가 전망이 좋다

삼성증권 Fn 아너스의 이선욱 과장은 가용 자금 6000만원 중 3000만원은 주식형 상품으로, 나머지는 채권형 상품으로 굴릴 것을 제안했다.

주식형 상품은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S&P500펀드’ 등 해외펀드를 권고했다. 삼성·템플턴·슈로더 등 투신운용사의 상품이 많다. 이미 미국주식시장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국내 시장보다는 성장성과 안정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공격적 투자를 원한다면 홍콩 대만 등 중국계에 투자하는 차이나펀드도 있다. 올 상반기 40∼50%의 수익률을 내기는 했지만 위험도가 높다는 설명. 채권형 펀드도 해외투자를 권고했다. 슈로더 투신의 ‘15개 개발도상국 국채 투자 상품’이 추천됐다. 지난 5년 동안 연 평균 수익률이 15%에 달했던 검증된 상품이라는 것. 대신 이 펀드에 가입할 경우 적어도 1년은 투자해야 실익을 얻을 수 있다.

국내 채권에 투자할 경우 삼성카드의 3년짜리 기업어음(CP)이 추천됐다. 확정금리로 연 6.7%의 이자를 매달 나눠서 지급받는다.

이 과장은 “매달 들어오는 자금 300만원 중 근로자우대저축과 장기주택마련저축에는 지금처럼 각각 100만원씩 넣고 100만원은 적립식 주식형 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고했다.

●부동산 실수요자 안늦었다

부동산 투자 상담을 받을 차례가 되자 박씨 부부의 눈이 반짝였다. 이들은 이미 경기 하남, 분당 등 관심 있는 곳은 찾아가 볼 만큼 ‘공부’를 한 상태였다.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안명숙 소장은 “앞으로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만 박씨 부부처럼 실수요자라면 거주지에는 투자해도 무방하다”고 조언했다. 전세를 끼고 32평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

박씨가 관심을 둔 지역 가운데 수요가 몰려 전세 놓기가 쉽고 전세액 비율이 높아지는 곳으로는 분당이 가장 유리하고 그 다음은 과천, 일산 순으로 추천했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면 야탑동, 자동차로 출퇴근 하려면 초림역 인근이 좋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집을 급매할 가능성이 높은 요즘 이런 지역의 부동산중개소에 연락을 취해 놓고 좋은 물건을 골라 사면 금상첨화라는 설명이다.

박씨 부부는 내년에 있을 판교 청약에 나설 계획이다. 안 소장은 “운이 좋아 판교에 당첨되더라도 중도금은 무이자 대출 등을 활용하고 미리 사둔 집으로 자금을 대면 된다”고 말했다.

●에필로그

박씨 부부는 컨설팅을 받은 뒤 이틀 동안 생각해 투자방향을 정했다.

부동산 투자는 잠시 미뤘다. 당장 1억원으로 맘에 드는 아파트를 사기가 쉽지 않기 때문. 대신 아내 윤씨가 장기주택마련저축을 개설할 계획. 또 정기예금 6000만원 가운데 3000만원을 헐어 증권투자 상품에 넣을 예정이다. 1000만원은 S&P500펀드에, 2000만원은 원금보전형 상품에 넣을 생각이다.

박씨는 “금융기관에 다니면서도 실제로 투자상품이 이렇게 다양한 줄 몰랐다. 우리 같은 소액 자산가들에게도 개별 상담을 해줄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억원으로 투자하려면…
컨설턴트조언
한상언 신한은행재테크 팀장<일반적인 경우><박진수 부부의 경우>
-1억원 중 5000만원은 확정금리상품에, 5000만원은 실적배당 상품에 투자해야-실적배당 중 2000만원은 주가연계채권(ELS)에, 3000만원은 시스템펀드에-확정금리 중 3000만원은 단기특정금전신탁에, 2000만원은 세금우대 정기예금에-매달 생기는 유동자금은 장기주택마련저축에-금리가 높은 예적금에 이미 가입해 있어 현 상태 유지 권고-매달 생기는 여윳돈 중 200만원은 장기주택마련저축에, 100만원은 근로 자우대저축에
이선욱 삼성증권 Fn 아너스 과장-근로자우대저축, 장기주택마련저축, 주택청약정기예금 유지 권고, 매달 생기는 100만원은 적립식 주식형 펀드에-남는 6000만원 중 3000만원은 S&P500펀드 등 해외 주식형 상품에, 3000만원은 삼성카드의 CP나 슈로더투신의 15개 개발도상국의 국채투자 펀드에
안명숙 스피드뱅크부동산연구소 소장-실수요자라면 지금도 집값이 급등한 강남을 제외한 거주지역의 아파트 사도 좋음, 분당, 과천, 일산 순으로 우선투자 가능-판교 등에 청약을 노리고 있다면 현재 주택구입을 발판으로 매매차익 노릴 수도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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