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포커스]‘Who s Who’를 아십니까

  • 입력 2003년 11월 6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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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즈후는 세계적 인명사전의 고유명사처럼 쓰이지만 사실 전 세계적으로 수백여종에 이르는 인명사전을 일컫는 보통명사일 뿐이다. 나름대로 권위를 인정받는 후즈후는 미국 마퀴스 후즈후 출판사가 내는 후즈후 등 4개가 있다. 후즈후에 이름이 오르는 것은 자신의 분야에서 지위와 업적을 인정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책을 판매하려는 상술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후즈후는 세계적 인명사전의 고유명사처럼 쓰이지만 사실 전 세계적으로 수백여종에 이르는 인명사전을 일컫는 보통명사일 뿐이다. 나름대로 권위를 인정받는 후즈후는 미국 마퀴스 후즈후 출판사가 내는 후즈후 등 4개가 있다. 후즈후에 이름이 오르는 것은 자신의 분야에서 지위와 업적을 인정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책을 판매하려는 상술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올 4월 서울 한 중앙 언론사의 김모 차장은 ‘후즈후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Who's Who Historical Society)’라는 회사로부터 e메일을 한 통 받았다. ‘당신이 후즈후(Who's Who) 인명사전에 등재될 후보로 선정됐으니 개인 정보를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김 차장은 가끔 신문에서 교수나 과학자가 업적을 인정받아 후즈후 인명사전에 올랐다는 기사를 본 적은 있었지만 자신이 왜 대상이 됐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호기심이 생겨 같이 보내온 신청서에 간단한 약력을 적어 e메일을 보냈다.

두 달 뒤 김 차장은 이 회사 심사위원회 사람에게서 국제전화를 받았다. 최종 결정을 위한 전화 인터뷰를 하겠다는 것. 1시간에 걸쳐 학력, 경력, 업무, 취미, 소속 회사의 업종, 매출액 등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마쳤다. 30분 뒤 이 회사 후즈후 심사위원회는 김 차장에게 ‘인터내셔널 후즈후 프로페셔널’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전화로 통지했다.

김 차장은 어느새 후즈후에 등재될 정도의 유명인사가 된 것일까.

●보통명사 ‘후즈후’

인터넷 판 메리암-웹스터 영영사전은 후즈후(who's who)를 ‘특정 분야 저명인사들의 짧은 전기적 기록을 모은 책’이라고 풀이했다. 간단히 말하면 ‘인명사전’ 또는 ‘인명록’이라는 뜻의 보통명사이다.

한국에서 이 단어는 ‘세계적인 인명사전 후즈후에 아무개 교수가 실렸다’처럼 고유명사로 쓰일 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은 ‘후즈후’가 세계에 하나 뿐인 인명사전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국회도서관 참고열람실에는 세계 49개 출판사 189종의 후즈후가 비치돼 있다. 이 가운데 제목이 ‘후즈후’라고만 돼 있는 것은 미국 맥밀란 출판사 것과 인도 국회가 출간한 것, 두 종류뿐이다. 다른 것들은 ‘후즈후’ 앞이나 뒤에 여러 수식어가 붙어있다.

통신사인 연합뉴스 인터넷 사이트(www.yna.co.kr)와 신문 및 잡지 기사검색 시스템인 카인즈(www.kinds.or.kr)에서 1990년 1월 1일부터 올 11월 4일까지 ‘세계인명사전’이라는 검색어로 기사를 찾아봤다.

모두 85명의 한국인이 후즈후에 이름이 올랐다. 이 가운데 78명이 미국 마퀴스 후즈후(Marquis Who’s Who) 출판사에서 펴내는 ‘후즈후 인 더 월드(Who’s Who in the World·이하 WWW)’와 ‘후즈후 인 더 사이언스 앤드 엔지니어링(Who’s Who in the Science and Engineering)’에 등재됐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세계적인 인명사전 후즈후는 마퀴스 후즈후 출판사의 후즈후였던 것이다. 김 차장이 오른 후즈후는 아쉽게도 한국인이 알고 있는 그 ‘후즈후’는 아니었다.

●마퀴스 후즈후

각종 후즈후로 널리 알려진 출판사나 기관은 마퀴스 후즈후 말고도 미국의 바론즈 후즈후(Barons Who’s Who)와 영국의 국제인명센터(IBC:International Biographical Centre) 미국인명연구소(ABI:American Biographical Institute)가 있다.

이들은 까다로운 선정 기준, 오래된 출판 역사, 수록된 정보의 정확성, 최신 정보의 경신, 데이터베이스의 규모와 질 등의 측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중 현존하는 인명사전 중 가장 오래된 마퀴스 후즈후는 1899년 미국의 출판업자인 앨버트 넬슨 마퀴스가 8602명의 미국 유명 인사를 소개하는 ‘후즈후 인 아메리카’를 출간하면서 시작됐다.

미국 문헌정보 전문가인 이레네 맥더모트는 “1848년 인명사전 발간을 시작한 영국이 왕족 귀족의 계보 중심이었다면 마퀴스는 자수성가한 미국인들을 같은 수준에서 대접한 것이었다”고 7월 ‘서처(Searcher)’라는 잡지에 기고한 글에서 밝혔다.

현재 마퀴스 후즈후는 국가, 지역, 전문직 등과 관련한 20개 인물사전을 매년 발간하고 있으며 그동안 등재된 인물은 전 세계 110만여명에 이른다.

가장 대표적인 ‘WWW’의 등재 기준은 직책과 업적. 국가수반과 주요 국가의 공직자, 고위 군인, 세계적 기업의 총수, 주요 대학의 총장, 세계적 NGO 및 유엔, 주요 문화 기관과 단체장, 그리고 노벨상 등 국제적 상의 수상자 등이 1차 등재 대상이다. 한국인은 약 500명이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즈후 상술?

후즈후에 이름이 오르는 것은 개인으로서 명예로운 일이다. 한 분야에서 자신이 이룬 업적을 평가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서구의 교수, 학자들은 자신의 소개서에서 각종 후즈후에 이름이 오른 사실을 자랑스럽게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종류의 후즈후가 많이 생기면서 선정 과정 및 객관성에 대한 의심과 후즈후 출판의 상업성을 우려하는 소리도 있다.

서울대 영문과 이정호 교수는 지난해 마퀴스 후즈후로부터 “지난 번 등재됐던 인적사항을 수정해 주면 올해도 등재하고 인명록 구입시 가격을 할인해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교수는 ‘인명사전에 오르는 대가로 책을 구입하는 것은 장삿속’이라는 생각에 답신을 하지 않았다.

올 5월 ‘교수신문’은 자신의 업적과는 상관없이 후즈후에 등재돼 어리둥절해 하는 교수들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후즈후에 올릴 교수나 학자를 선정하면서 책 구입을 권유하려는 상술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퀴스 후즈후 ‘WWW’에 2000년부터 매년 이름이 올랐고 IBC와 ABI의 후즈후에도 등재된 안양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권위 있는 후즈후는 연구실적과 국제적 활동을 고려하거나 기존 등재 인물들의 추천을 받아 등재 후보를 선정한다. 그 후보가 직접 쓴 A4용지 4, 5장 분량의 경력을 검증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마퀴스 후즈후측은 “우리는 강매는 하지 않는다. 후즈후에 이름을 올리면서 책이나 멤버십의 구입을 강요하는 ‘허명을 좇는 출판사’나 ‘멤버십 조직’과 우리 회사를 혼동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

그럼 앞에서 말한, 김 차장이 등재된 후즈후는 무엇일까.

후즈후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는 미국에서 1928년에 설립된 인물정보 네트워크 회사다. 멤버십으로 운영되며 인물정보록은 구입해서 봐야 한다. 도서관에는 없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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