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넷 키우기]<3>책읽기 취미없는 셋째, 성적 오르니 신통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6시 33분


“엄마, 큰언니는 정말 어릴 때부터 공부 잘 했나 봐. 1학년인데 ‘유별나게’ 라는 단어를 썼네. 나는 그때 그 단어를 몰랐던 것 같은데.”

큰아이 방을 치우다 큰애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쓴 일기장이 눈에 띄어 셋째랑 보고 있었는데, ‘**는 유별나게 아빠를 더 좋아한다’는 구절을 보고 셋째가 한마디 했다. 공부를 잘해서라기보다는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그런 단어를 쓸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아이의 일기장에는 이런 말도 있었다. ‘선생님께서 ○○가 공부를 잘하는 건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라고 칭찬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정말 우리 아이들을 보면 그런 것 같다. 책을 많이 읽은 순서가 성적순이니까. 첫째, 둘째는 책을 무척 많이 읽었다. 일기장에는 ‘책을 더 읽고 싶었는데 엄마가 밖에 나가서 놀아라 라고 하여 아쉽게 책을 덮었다. 나는 책이 너무 좋다’ 라는 내용이 군데군데 나온다.

첫째는 밖에 나가서 노는 걸 싫어할 정도로 책을 좋아했고 둘째는 친구 집에 놀러 가서도 한쪽 구석에 앉아 책을 읽었다. 셋째도 언니들이 책을 읽고 있으면 덩달아 책을 펴고 앉아있긴 하였는데 돌이켜 보면 그림만 보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첫째, 둘째가 책에 재미를 붙이게 된 데는 책을 많이 읽어주었던 데 있다고 본다. 그때는 유아 그림책도 흔치 않았고 지금처럼 유아독서 열풍도 없던 시절이었다. 주로 테이프가 달린 책들이 많이 팔리고 있었는데 그걸 한두 권씩 사와서는 마르고 닳도록 읽어주고 테이프를 들려주었다. 아이가 책 내용을 줄줄 외우고 다닐 정도였다. 그리고 두 아이는 잠투정이 심해서 잠들기 전까지 책도 읽어주고 옛날이야기도 들려주고 노래도 같이 부르면서 엄마 아빠랑 보낸 시간이 많았다.

그러나 셋째는 잠이 오면 ‘엄마, 나 잘래’ 하고는 자는 아이였고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르게 일어나서 놀고 있거나 방긋방긋 웃으며 방에서 나왔다.

집안일이 바쁜 엄마 편에서 보면 너무 착하고 예쁜 효녀였다. 그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더니 선생님께서 “설복는 조용해서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모범생이지만 본인에게는 결코 득이 되지 않습니다”라고 하였다. 말썽을 부리지 않아 선생님은 좋으나 그만큼 선생님 손길이 덜 가는 아이이기 때문에 본인에게는 손해라는 뜻이었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자연히 셋째에게는 책도 읽어주지 않게 되었는데 그런 요인들이 셋째를 언니들보다 뒤지게 한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중간고사에서 ‘수’가 8개나 된다고 싱글벙글했다. 위의 애들이 이런 성적이면 집에서 쫓겨나야 할 판인데 셋째에게는 웃음이 나온다. 큰애는 엄마가 야단치지 않으니까 그 모양이라고 하지만 엄마로서는 셋째에게 오히려 미안하다. 그러나 언니들이 갖고 있지 않은 장점도 많은 아이이다.

셋째도 요즘 책이 재미있는지 시간 날 때마다 책을 들고 앉는다. 그러나 한권을 다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위의 아이들은 책을 아주 빨리 읽는데 그래서 더 많은 책을 볼 수 있다. 독서훈련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며 넷째에게 책 읽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조옥남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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