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보아-유민 가상 인터뷰

  • 입력 2003년 8월 13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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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인 가수 보아(17)와 한국 TV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인 탤런트 유민(24). 2001년 각각 이웃나라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연예활동을 통해 양 국민 사이의 갭을 좁혀 오고 있다. 두 사람의 눈에 한국·한국인과 일본·일본인은 어떻게 비칠까. 바쁜 일정 때문에 자리를 함께 할 수 없어 각각 이야기를 들어 대담 형식으로 정리한다.

▽보아=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는 팬들의 태도에서도 드러납니다. 한국 팬들은 열정적인데 일본 팬들은 조심스러워요.

▽유민=한국에선 호텔 직원들이 화장실까지 따라와 사인해 달라고 졸랐을 때 놀랐어요. 비행기에서 자고 있는데 스튜어디스가 사인해 달라고 깨워 당황하기도 했고요.

▽보아='2002 한일월드컵' 당시의 열정이 일본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어요. 저도 일본에서 한국을 소개할 때 월드컵 이야기를 빼놓지 않아요.

▽유민=일본의 젊은이들은 한국을 잘 몰라요. 저도 2000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기 전에는 김치 불고기 때밀이 정도만 알았어요. 한국을 중국의 일부로 잘못 알고 있는 이도 있구요. 왜 남북이 갈려져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죠.

▽보아=저도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음악을 듣기 전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서툰 한국어로 된 일본 팬의 편지를 받거나, 한국 팬들이 일본어 공부를 한다고 말할 때 서로에 대해 관심이 크다는 것을 실감하죠. 두 나라를 오가며 노래하는 제 입장에서 보면, 노래에는 양국의 사람들을 이어주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유민=요즘은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도 인기 있고 보아씨도 그렇고. 아직 '일본인이 한국을 좋아 한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관심이 많은 것은 분명해요. 기성세대는 북한에도 관심이 많은 듯해요. 북한 관련 뉴스가 연일 톱기사로 나와요. 제가 한국에 온다고 하니까 어떤 분들은 '납치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당부하기도 했어요.

올해 1월 경기 광주시에 있는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만났어요.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얼마나 마음이 무거웠던지…. 그래도 그분들이 반겨주셨어요. 하지만 한 일본 학자는 "그게 실제 역사도 아닌데 왜 네가 울면서 사과했느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어요. 그렇게 말하는 학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보아=처음 일본에 데뷔할 때부터 '한국에서 온 보아'라고 꼭 밝혔는데도 많은 팬들이 잘 해줬어요. 한국과 일본 팬들이 모두 성원해주시고, 이제는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유민=하지만 상대 국가의 여성에 대한 오해도 커요. 한국인은 일본 여성이 아주 다소곳하거나 문란하다고 생각하는 듯하고, '일본 여자는 못생겼다'고 할 때도 있어 속상해요. 거꾸로 일본인 중에는 '기생관광' 영향 때문인지 한국 여자를 우습게 보는 경우도 있어요.

▽보아=제게 일본은 가수로서 새 출발을 해줄 수 있게 한 곳입니다. 또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서로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점도 실감할 수 있었어요.

▽유민=한국인들이 부모님한테 '사랑합니다'라고 자주 말하는 게 인상 깊었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많이 배웠어요. 한국인들이 저를 보고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요.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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