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무대를 가로지르며 관객의 시선을 끌고 다니는 독무와 군무, 어어부프로젝트의 강렬한 음악과 괴성…. (안은미와 대구시립무용단의 ‘하늘고추’)
빛과 어둠의 구획 사이로 정확히 움직이는 조명, 그 빛을 받아들이고 피해가며 완급을 조절하는 섬세한 몸…. (에미오 그레코와 PC의 ‘더블 포인츠 1&2’)
때로는 디지털 영상과 최첨단 장비를 이용하고 때로는 원초적인 몸의 표현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무대에서 시작된 그 기운이 무대를 넘어 객석으로 흘러들었고 이에 반응하며 넘쳐오른 객석의 에너지는 다시 무대를 감쌌다는 것이다.
한국현대무용협회(회장 양정수)가 주최한 국제현대무용제 ‘Modafe 2003’는 3∼19일 주요 공연을 마감했다. 올해로 22회를 맞은 이 축제는 양적, 질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줬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객석이 부족해 무용계 관계자들로만 채워졌다는 점이다.
이번 무용제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미술, 연극, 비디오 아트, 디지털 그래픽 등 다양한 요소들이 인간의 몸과 만나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정서의 소통을 자극하며 무용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세계적 추세는 또한 무용의 테두리를 무너뜨리는 무용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컴퍼니 마리 슈이나르의 ‘외침’, 크리스 해링과 클라우스 보버마이어의 ‘비비섹터(Vivisector)’ 등은 인간의 몸이 이를 극복해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마지막 행사로 29일 오후 7시반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신인데뷔전이 열린다. 02-738-3931
김형찬기자 철학박사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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