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신학자' 서광선박사 홍콩서 '제2 연구인생'

  • 입력 2003년 3월 17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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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32년간 재직해 온 이화여대를 정년퇴임한 뒤 미국 유니언신학대 초빙교수로 떠났던 신학자 서광선 박사(72·사진).

80년 ‘반체제 교수’로 지목돼 강제 해직되었던 그는 이화여대에서 가장 존경받는 실천적 지식인이었으며 동아일보에 기독교적 양심에 입각한 칼럼을 게재해 명성을 떨친 시대적 선각자이기도 했다. 퇴임 강연에서 “이제 우리에게는 하나님을 말하기보다는 하나님을 행동하는 일, 하나님을 명사로 말하기보다는 동사로 실천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한 말도 오랫동안 회자됐다.

현재 홍콩의 아시아기독교고등교육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최근 극단 학전의 홍콩 공연장에 나타났다. 이전보다 젊어 보일 정도로 건강하고 활달한 모습이었다. “김민기씨가 ‘지하철 1호선’을 공연한다는 얘기를 듣고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왔다”는 그는 “어두운 시절 한국 사회의 그늘진 모습을 애정 어린 눈으로 담아내 감회가 깊었고, 특히 운동권으로 상징되는 지성인의 도덕적 윤락이 창녀의 육체적 윤락보다 더 위선적이라는 메시지가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함께 구경온 동료들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나 시카고에 버금가는 아시아 민중 뮤지컬”이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아시아기독교고등연구소는 아시아에 있는 기독교 대학들을 지원하기 위해 2001년 10월 설립한 단체로 홍콩 주룽(九龍)의 홍콩침례대학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부인 함선영씨(전 이화여대 비서학과 교수)와 단 둘이 지내고 있는 그는 “많이 배우고 일하면서 봉사하는 것으로 노년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e메일 연락처 :dksuh@hkbu.edu.hk

홍콩=오명철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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