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지킴이]간이식-위암 분야 이끄는 노성훈-조재원 교수

  • 입력 2003년 1월 12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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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위암 수술의 최고 권위자인 연세대 노성훈(왼쪽) 교수와 간절제술의 차세대 리더인 성균관대 조재원 교수. 이훈구기자 ufo@donga.com

국내 위암 수술의 최고 권위자인 연세대 노성훈(왼쪽) 교수와 간절제술의 차세대 리더인 성균관대 조재원 교수. 이훈구기자 ufo@donga.com

1998년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조재원 교수(46)는 경주의 외과학회에 참석했다가 후배 의사가 술자리에서 어느 ‘노(老) 교수’에게 대드는데 말려달라는 연락을 동료로부터 받았다.

누구일까. 가서 보니 ‘노(老) 교수’가 아니라 ‘노(盧) 교수’였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노성훈 교수(49). 인상이 자신과 너무 닮은 데 놀랐다. 지금은 체중이 5㎏ 정도 불어 턱에 주름이 생기고 둥글둥글해져서 얼굴이 노 교수와 조금 달라졌지만 당시에는 영락없는 ‘일란성 쌍둥이’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한국의 일반외과를 이끌어갈 의사라는 점에서 닮았다.

노 교수는 한해 600여명의 위 수술을 하고 있는데 세계 최다이며 성공률은 100%에 육박한다. 최근 3,4년간 수술받은 환자 2000명 중 한 달 안에 숨진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그는 수술의 전 과정에서 메스를 쓰지 않고 전기소작기로 수술한다. 기존 수술법이 4시간 정도 걸린다면 노 교수는 2시간 만에 해치운다. 이 때문에 부작용이 적어 환자의 90% 이상이 1주 만에 퇴원한다.

조 교수는 국내 간 이식 분야에서 김수태 전 서울대병원 교수, 이승규 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의 뒤를 이을 차세대 리더로 꼽힌다. 그는 10∼18시간 걸리는 간 수술을 매년 60건 이상 시행한다. 이 때문에 한 달에 2, 3번밖에 집에 들어가지 않다가 재작년 신혼살림을 차린 뒤에야 일주일 절반을 오전 2, 3시를 넘겨 귀가하고 있다.

두 교수는 가끔 학회에서 만나기도 하고 풍문을 통해 서로의 얘기를 듣고 있지만 서로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노 교수는 조 교수에 대해 “요즘 다면평가가 유행인데 아랫사람을 통해 조 교수의 얘기를 듣고 있다”면서 “삼성서울병원에서 잠시 근무했던 마취과 전공의, 간호사, 실습학생 등이 조 교수의 손놀림에 대해 극찬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합리적 파격’으로도 유명하다.

노 교수는 위암 수술 때 기존의 방법과는 달리 비장(지라)을 절제하지 않고 주위 림프절만 잘라낸다. 수술 뒤 환자에게 콧줄을 달지 않게 해서 구역감, 호흡곤란 등을 방지하게 하고 있다. 그의 파격성은 4평 남짓한 연구실에 가보면 금세 느낄 수 있다. 그는 전임의 3명과 방을 같이 쓴다.

노 교수는 “서로 정보를 교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그의 제자 중에는 중국인과 미국 교포도 있다.

조 교수는 집에서도 자연스럽게 환자 얘기를 할 수 있도록 수술실에서 함께 일했던 제자를 아내로 선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노 교수는 위암은 조기 치료율이 95%를 넘으므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암이 어느 정도 진행하더라도 섣불리 치료를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위암 환자의 암 세포가 간이나 복막으로 전이돼도 암세포를 광범위하게 잘라낸 다음 뜨거운 생리식염수와 항암제를 복강 내에 순환시키는 방법으로 말기암 환자의 생존율을 늘리고 있다.

조 교수는 “B형 간염 바이러스 환자의 20∼30%가 간염으로 진행되며 간염 환자는 술 담배 과로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간경변증으로 악화된다”면서 “간경변증일 경우 장기를 기증받을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등록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뇌사자 간이식을 받으려면 1년 반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병원에 문의해서 수술 등록을 하는 것이 좋다”면서 “혈액형이 같고 체격이 비슷하며 간이 튼튼한 사람을 골라 생체 간이식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 노성훈 교수의 위 건강 노하우

▽담배를 끊어라

담배는 허파뿐 아니라 위에도 해롭다. 술보다 더 해롭다. 나도 한때 피웠지만 끊었다.

▽규칙적으로 식사하라

하루 세끼를 규칙적으로 먹는다. 식사는 적게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매운 음식, 소금에 절인 음식, 불에 탄 음식 등을 많이 먹으면 위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낙관적으로 생각하라

위에는 신경망이 얽혀 있어 ‘작은 뇌’라고 불린다. 스트레스나 정신적 충격이 쌓이면 위가 탈날 가능성이 크다. 음악을 자주 들으면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정기적으로 위 검사를 받아라

40대 이상은 1, 2년에 한 번은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20, 30대도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되며 식욕이 떨어지거나 가족력이 있으면 정기적으로 검사받는 것이 좋다. 위 질환자 중 15∼20%는 아무 증세가 없는 데다 위는 간, 식도, 이자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다른 질환과 증세가 비슷한 경우도 있다. 위암의 조기진단에 실패하는 것은 대부분 자가진단하고 넘어가기 때문임을 명심하라.

◆ 조재원 교수의 간 건강 노하우

▽간염 백신을 맞는다

B형간염은 대부분 어머니로부터 아이에게 수직감염된다. 어머니가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이거나 환자라면 아기 출생 후 12시간 내에 백신과 면역글로불린 주사를 맞힌다.

어머니가 간염환자가 아니더라도 아기에게 생후 2개월 안에 첫 백신을 맞힌다.

추가접종은 백신에 따라 다르다. 어른은 처음 한번 접종한 뒤 항체가 형성되지 않으면 추가접종한다. 2, 3 차례 접종해도 항체가 생기지 않으면 전염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정기적으로 간검사를 받는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수록 접종 후 항체가 생길 확률이 떨어지므로 20대 이전에 맞는 것이 좋다. 그러나 C형간염은 백신이 없어 예방할 수 없는 만큼 비위생적 문신이나 귀뚫기, 외도 등을 피해야 한다.

▽술은 연일 마시지 않는다

한번 마시면 최소 사흘은 쉬어야 한다. 그래야 간도 고마워한다.

▽과로하지 말라

여기에다 영양을 고루 섭취하고 적당히 운동하는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문제는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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