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삐걱…서울시립미술관 덜컹

  • 입력 2002년 12월 11일 17시 42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표류중인 서울시 대표문화공간 세종문화회관(왼쪽) 과 서울시립미술관./동아일보 자료사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표류중인 서울시 대표문화공간 세종문화회관(왼쪽) 과 서울시립미술관./동아일보 자료사진

서울시를 대표하는 문화공간들이 행정의 난맥상 속에 표류하고 있다.

이사장과 공연예술부장이 장기 공석중인 가운데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세종문화회관, 새 관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등 ‘21세기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서울시 산하 문화기관들이 심각한 ‘문화 공백’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

최근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7월 취임한 이사장이 ‘도덕적 문제’로 구설수에 휘말리며 사퇴한 뒤 이사장직과 이사회의 ‘동시 표류’가 계속되고 있다. 이사장 공백이 1개월째 지속되고 있지만,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은 새 이사장 선임과 관련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도 지난달 유준상 전 관장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지만 서울시는 아직 신임 관장을 뽑지 못했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새 관장을 공모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해 재공모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혀 관장 공백상태는 오래 지속될 전망.

세종문화회관의 경우 1999년 재단법인화 이후 3년간 전문경영체제의 성과에 대해 ‘무조건 거꾸로 가기’ 식의 조치도 무더기로 나오고 있어 문화계 인사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김신환 신임사장이 최근 대극장과 소극장 사이 건물 연결로에 설치돼있던 홍보 현수막을 모조리 철거토록 한 것은 대표적 사례.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현수막은 통행량이 많은 세종로에서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있어 공연 홍보 효과도 높았지만, 권위주의 정권 시절 사복경찰이 상주하던 대소극장 사이 계단 (속칭 스페인 계단)을 시민에게 친근한 공간으로 다가가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었다”고 말했다.

전임사장 시절 의욕적으로 추진되던 9개 산하단체의 재단법인화는 현재 완전 중지된 상태. 문어발처럼 점점 늘어나며 만성적자의 주원인으로 지적되던 산하단체들이 자립 기회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회관 전체의 기획공연을 책임지는 공연예술부장직도 임기만료 이후 반년 동안 공석인 가운데 김 신임사장은 ‘기획사업단’이라는 새로운 산하단체 신설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의 공연기획팀을 놓아둔 채 새로운 이벤트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

이명박시장의 시장 선거공약 중 하나였던 ‘서울시향 세계수준 육성’도 이종덕사장시절 영입된 곽승 현 음악감독과 아무런 논의 없이 ‘쉬쉬’하며 추진되고 있어 내부 갈등이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와의 원활한 업무협조에도 물음표가 제기된 상태. 서울시장에 대한 보고는 사장이 맡는 것이 당연한 관례였지만 최근에는 서울시측의 희망에 따라 세종문화회관 내 모 부장이 보고를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한 인사는 “지난번 사장 인선에 대해 시장도 불만을 갖고 있다는 의사표시가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세종문화회관의 한 직원은 “전임자의 성과에 대해 ‘무조건 부정’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직원들 사이의 융화와 안정적 업무추진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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