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에 깃든 대가의 기상'…추사 김정희 명품전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8시 03분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나물,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자. 이것이 촌 늙은이의 제일가는 즐거움이 된다’는 뜻을 담은 추사 작품./사진제공 간송미술관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나물,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자. 이것이 촌 늙은이의 제일가는 즐거움이 된다’는 뜻을 담은 추사 작품./사진제공 간송미술관
한 해 두 번의 전시 기간 동안에만 ‘비밀의 문’을 여는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는 20일부터 시작된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 명품전을 보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11월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 대해 최완수 학예연구실장은 “그동안 추사전을 여러 번 했지만 진품 중에서도 명품만 골라 두루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사가 타계 직전에 쓴 글씨와 학문적 자세를 담은 글도 있어 추사의 명실상부한 진면목을 볼 수가 있다”고 말했다.

총 84점에 이르는 출품작 중 추사 고택에서 도난당했다가 극적으로 회수된 이한철의 추사 초상화만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작품이고 나머지는 모두 간송미술관 소장품들이다.

추사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남긴 예서는 파란만장한 삶을 산 뒤에 도달한 한 장부의 인생관이 녹아있다.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나물,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자. 이것이 촌 늙은이의 제일가는 즐거움이 된다(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 此爲村夫子第一樂上樂)’.그는 이어 ‘허리 춤에 말(斗) 만큼 큰 황금인(黃金印)을 차고, 음식을 사방 한길이나 차려놓고 시첩(侍妾)이 수백명 있다 해도 능히 이런 맛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雖腰間斗大黃金印, 食前方丈侍妾數百, 能享有此味者幾人)’라고 노래했다.

한 세상 살고 보니 명예나 돈은 다 쓸데없는 것이며 다만 가족과 소박한 음식이 행복의 근원이더라는 얘기다.

이밖에 대표작 ‘세한도’(歲寒圖·국보 180호)를 능가하는 필치로 평가되는 회화 ‘고사소요’(高士逍遙·뜻 높은 선비가 거닐다), 대원군과 권돈인(권상하의5세손), 홍우길(벽초 홍명희의 증조부)이 함께 그리고 썼다는 부채작품 ‘지란병분(芝蘭竝芬·지초와 난초가 향기를 함께 하다)’도 출품됐다. 02-762-0442.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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