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미술교육 프로그램 인기 “놀며 그림 배워볼까?”

입력 2002년 8월 20일 17시 07분

'나비 같다고? 정말! 이면과 이면을 예쁘게 색칠하니까 유진이가 좋아하는 나비와 날개가 나타났네.' 이유진 어린이(4)가 지도교사 김미진씨의 말을 가만히 귀기울여 품고 잇다.

“다섯살짜리 남자아이인데 자동차만 그려요.”

“내년에 당장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미술시간에 동그라미만 덩그라니 그려놓고 뭘 해야할지 몰라 쩔쩔매면 어떡해요.”

‘추상화’만 고집하는 아이들 그림 앞에서 고민하는 젊은 엄마들. 이런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들의 미술교육을 집으로 찾아오는 지도교사에게 맡기는 방문교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미취학 어린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의 경우 여러명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학원에 보내자니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개인과외를 시키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방문교육 프로그램은 학습지처럼 전담교사가 주 1회 집으로 와 한두명을 가르치기 때문에 개인과외에 버금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술시간이 즐거워요▼

“가오리입니다.”

“촛불이에요. 생일축하할 때 케이크 위에 놓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이윤형(6) 유진(4) 남매는 크레파스로 곡선들을 엇갈리게 그려 면을 만든 뒤 면마다 무늬로 안을 채우는 작업에 열중이었다. 지도교사 김미진씨(27)가 무슨 모양인지를 묻는 질문에 또박또박 답하던 남매는 오빠 윤형이의 그림에 네모 두 개가 연결된 면이 나타나자 “팬티 같다”고 말하며 까르르 웃는다.

“노랑물감이 선을 넘어 초록물감이 있는 면으로 갔어요. 어떡해요? 앗, 신기하다. 옆에 있는 색깔과 섞이니 연두가 됐어요.”

김씨는 “아이들이 면을 찾아가는 단계”라고 설명했지만 윤형이가 자신의 그림이 ‘텐타몬’이라는 데서 막히고 말았다. 윤형이가 “만화영화 ‘디지몬’에서 나오는데…”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엄마 이정아씨(32)는 “아이들이 그림을 잘 그리기 보다는 어려워하지 않고 흥미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기법을 강요하지 않고 자유롭게 직접 그리도록 하기 때문인지 아이들이 미술시간을 일주일내내 기다린다”고 전했다.

서울교대 이규민교수(미술교육과)는 “세계적인 미술관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도시 자체가 미술품들의 전시장인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미적 감각을 기르거나 표현하는 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창의력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는 미술교육 프로그램인지 꼼꼼이 따져 선택하라”고 권한다.

미술교사가 가필을 많이 하거나 밑그림을 주면서 색칠하기만 반복하는 프로그램은 일단 피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림에서 마음을 읽어요▼

아이들을 많이 접하는 미술교사들은 그림을 보면 아이들의 심리나 성격이 보인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1학년 신체장애아를 가르치고 있다는 지도교사 김효진씨(42)는 “다리만 불편한 아이인데도 소외감 때문에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 느꼈다”며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면서 성격도 밝아지고 집중력도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미술치료학회 초대회장인 대구대 김동연교수(재활치료학과)는 “장애아뿐 아니라 정상아에게 미술치료를 하면 동기부여와 자신감 기르기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방문교육업체에서는 미술 심리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해 부모가 어떻게 자녀를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그림을 도구로 성격진단과 심리진단에 활용해 왔다. 그러나 엄격한 기준이 없는 검사도구로 아이의 성격이나 심리를 진단했을 경우 점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김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미술치료는 진단이 목적이 되기 보다는 심리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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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생미술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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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25-0073, 051-761-0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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