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젊은날의 이승만' 출간 유영익 교수

  • 입력 2002년 5월 21일 18시 34분


유영익(柳永益·66)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석좌교수가 최근 ‘젊은 날의 이승만- 한성감옥생활(1899-1904)과 옥중 잡기 연구’(연세대 출판부)를 출간했다. 이 책은 초대 대통령을 지낸 우남 이승만(雩南 李承晩·1875∼1965)의 사저(私邸)인 이화장에 소장돼있던 문서들을 정리한 것으로 그 동안 ‘독재자’로 비춰졌던 이승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단행본 ‘이승만의 삶과 꿈’(중앙일보사·1998), 논문 ‘옥중잡기의 백미’ 등을 발표한 유 교수로부터 이승만의 청년기 시절의 활동과 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젊은 날의 이승만…’을 출간한 소감은.

“1994년 5월부터 이승만 자료를 모으기 시작해 8년만의 결실이다. 그 동안 ‘독립협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서재필 박사는 부각된데 비해 이승만의 역할은 과소평가됐다. 4·19 세대 역사 정치학자들의 편견때문에 역사적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이승만은 급진 개혁 노선을 주장하면서 독립협회의 대중적인 지지를 얻었지만 고종의 보수정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독립협회 쇄락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승만에 주목하는 이유는.

“스물네살의 청년 이승만은 고종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급진 개혁가 박영효를 끌여들여 입헌군주제를 추진하려다 1899년 감옥에 들어갔다. 그러나 고종 폐위와 탈옥 미수까지 저지른 그는 같은 죄목의 정치범인 최정식이 사형당했음에도 미국 공사 알렌과 아펜젤러 등 선교사 등의 구명운동으로 1904년 8월7일 풀려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 당시 법무대신(오늘의 법무부 장관)이었던 이지용이 전주 이씨 종친이었던 이승만의 부친 이경선씨의 청을 받아 석방에 도움을 주었고, 국내부 특정관(궁궐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임금을 만날 수 있는 직책)인 한규선은 이승만이 감옥에서 기독교 교육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인물이었음을 새롭게 알아냈다.”

유 교수는 이승만이 감옥에 있을 때 미국 선교사가 넣어준 성경책을 읽으며 미국이 제국주의 국가라는 의구심을 버리고 친미주의적 민주주의자가 됐다고 소개했다.

“이승만은 기독교 전도가로 변신해 옥중에서 죄수와 간수들에게 일어 영어 교육을 시켰고 40여명에게 전도했다. 1902년 감옥에 들어온 이상재 유성준 김정식 등 독립협회 동지들을 기독교로 개종시켰을 정도로 설득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신지식 전파 학술회인 중국 상하이 ‘광학회(廣學會)’의 미국 선교사들이 보내준 중국 제도 개혁 등을 담은 책 잡지와 한글 성경책 찬송가 등 총 300여권을 모은 도서관을 만들기도 했다.”

-이승만이 감옥에서 썼던 ‘옥중 잡기’와 관련해 이채로운 부분이 있다면.

“그는 감옥에서 영한사전을 만들었고, 한글주의자였음에도 다섯편의 한문 논설을 썼다. 옥중에서 ‘제국신문’에 70여편의 논설을 게재했고 청일전쟁에 대한 역사책을 번역하기도 했다.”

-이승만이 대통령을 연임하기 위해 계엄령 선포 등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 등에 대한 비판도 있다.

“그는 유능한 인물이었지만 정치가로는 실패했다. 집안의 6대 독자로 매사에 완벽주의자였고 유아독존적인 성격이 문제였다. 선배의 권고를 무시하고 주위사람의 반대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등 포용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비록 부패한 정치가라는 약점을 갖고 있지만 나라를 위해 노력한 부분을 지나쳐서는 안된다.”

유 교수는 1960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후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역사 및 동양언어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휴스턴대 역사과 교수, 고려대 사학과 교수, 한림대 부총장 등을 지냈다. 23일 오후 5시 연세대 새천년관 7층에서 ‘젊은날의 이승만…’ 출판 기념회를 갖는 그는 “앞으로 이승만의 임시정부, 해방 후 대통령이 되기까지, 12년간의 대통령 재직 당시 등을 시대별로 묶어 책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바로잡습니다]

△22일자 A18면 ‘이승만 역할 과소 평가됐다’ 기사 중 “그(이승만)가 비록 부패한 정치가라는 약점을 갖고 있지만”이라는 말은 유영익 교수가 하지 않은 것으로 바로잡습니다. 유 교수와 이승만 전 대통령 유족에게 사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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