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일기]세상 참 따뜻하네요

  • 입력 2002년 3월 21일 15시 17분


결혼하고 몇 년 동안 아이 키우느라 집안에만 있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만 지내기보다는 ‘나’ 자신으로서 내 일을 갖고싶은 욕망이 자꾸 고개를 치켜들었다. 많은 고민 끝에 내 일을 갖기로 하고 작은아이도 제 누나가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제일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찾았다.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에 앞서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는 아이들이 타고 갈 어린이집 차가 오기도 전에 내가 먼저 나가야 할 사정이 생겼다. 차 타는 곳까지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선 딸아이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어 차가 오면 타고 갈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는 불안한 마음을 뒤로 한 채 버스를 타러 갔다. 혹시나 하면서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가 울렸다. 집 앞 놀이방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가슴이 철렁했다. 아이들이 이리저리 장난을 치는 사이에 차가 아이들을 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것이다. 차를 타지 못하고 울면서 주위를 맴돌고 있는 걸 평소 안면이 있던 경비아저씨께서 데리고 집까지 갔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아무리 벨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자 놀이방에 데려다 주시며 혹시 아이들 엄마 연락처를 알면 연락해 주라고 하셨단다.

순간 놀란 가슴이 진정되면서 경비 아저씨께 너무나도 고마웠다. 하지만 숨을 돌린 것도 잠깐. 하루종일 놀이방에 아이들을 둘 수 없는 형편이라 어린이집에 바삐 전화를 걸었다. 사정을 말씀드리고 아이들이 놀이방에 있으니 죄송하지만 데려가 달라고 부탁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기꺼이 그렇게 하시겠다며, 오히려 내게 걱정말고 일 잘하고 오라 하셨다.

아이들을 남의 손에 맡기고 일하러 다니는 직장인 엄마들의 마음은 항상 불안하다. 아이들에게는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고,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분들께는 늘 죄송스럽기만 하다.

남의 일처럼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관심으로 살펴주신 경비아저씨, 혹시나 걱정할까 염려되어 전화로 알려주신 놀이방 선생님, 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기꺼이 한걸음에 달려와 아이들을 데리고 가 주신 어린이집 원장선생님.

이런 세 분이 계셔서 조금이나마 안심하고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세 분 모두에게 너무 감사하다.

임명남·유치원 영어 파견교사·30·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영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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