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세계최대 북 만드는 김관식씨

  • 입력 2001년 12월 31일 17시 15분


‘둥∼둥∼둥∼둥∼. 우리의 월드컵 전사들이 차례로 진군의 상징인 큰북을 한번씩 힘차게 울리고 잔디구장을 향해 뛰어 나간다. 의기충천한 우리 선수들, 그리고 위용에 제압 당한 외국 선수들….’

‘큰북 만들기’ 기네스 기록의 연속 경신자인 대전시 유성구 원촌동 대한민속국악사 김관식(金寬植·47) 대표. 그는 요즘 월드컵 16강 진출과 성공개최를 기원하며 ‘월드컵 큰북’이라고 잠정적으로 이름 붙인 세계 최대의 북을 만들며 이런 상상에 잠겨보곤 한다. 김씨가 이런 감회에 젖는 것은 이번에 제작하는 북이 월드컵이라는 국가 대사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만든 북 가운데 세 번째로 기네스북에 오를 세계 최대의 북으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50%의 공정을 보이고 있는 이 북의 크기는 울림판 지름 2.7m, 북통 폭 3m. 자신이 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해 만든 ‘88올림픽 용고’나 충북 충주세계무술축제를 기념해 제작한 ‘중심고(中心鼓)’보다 크다. 김씨는 월드컵 큰북은 앞으로 자신으로서도 기록 경신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북의 요체는 울림판이고 울림판은 소 한 마리의 가죽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앞으로 더 큰 소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까지도 월드컵 큰북에 맞는 소가죽을 구하지 못했다. 지난 1년여간 15차례나 뉴질랜드와 미국 등지로부터 가장 크다는 종자소나 슈퍼소 등의 가죽을 수입해 북통에 맞춰 봤지만 실패한 것.

그는 “지금 서울에 도착해 있는 추가 수입품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성껏 북을 제작해 무료로 기증하려 하고 있지만 현재 월드컵 조직위와는 아직 아무런 협의가 돼있지 않아 공식 대회북으로 지정되지 않을 경우 사비(私費)를 들여 구장 한쪽에 설치한 뒤 선수들이 치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올림픽 때는 공식 대회북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의 전통을 그대로 보여주며 위용을 자랑하는 북이 대회장을 압도하며 마지막에는 승전고(勝戰鼓)가 되길 바라며 정성을 쏟아 만들 뿐이지요.”

대전〓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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