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예가 한익환옹의 뽀얗고 담백한, 둥글고 넉넉한 삶

  • 입력 2001년 12월 13일 11시 25분


백자 도예가 한익환옹(80)은 뽀얗고 담백하게, 그리고 둥글고 넉넉하게 살아왔다. 백자 달항아리의 모습 그대로다.

한옹이 백자 전시회를 열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노화랑에서 22일까지 계속되는 백자달항아리 전. 백자 달항아리를 비롯해 그의 백자 근작 30여점이 전시 중이다.

이번 개인전은 16년만이다. 그의 백자를 기다렸다는 듯, 전시장엔 백자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작 그는 백자처럼 수줍어한다. 별로 전시할만한 것도 아닌데, 화랑에서 하자고 하길래… 라면서 조용히 웃는다.

하지만 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특히 백자의 색에서 만큼은 최고라는 점을 양보하지 않는다. 실제 그의 백색은 도자기 전문가들로부터 조선 백자의 백색과 동급이라고 평가받는다.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1984년 작고)도 절찬한 바 있다.

백자 달항아리의 두 요소는 백색과 둥근 형태. 한옹은 "도자기가 흙과 불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도자의 근본은 첫째도 흙, 둘째도 흙이다. 백자의 핵심은 백색이고 그 백색의 핵심은 흙, 백토에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철분이 적은 백토가 유약을 뚫고 나와 잘 익으면 백색이 되고 덜 익으면 약간 푸른 빛이 돈다는 것. 그 백색을 위해 수십년 동안 숱하게 백자를 만들고 부숴온 겁니다. 그러나 요즘엔 백토 구하기가 만만치 않아 걱정입니다"

1921년 함북 청진에서 태어난 한옹은 중국 지린(吉林)공업대 광산과를 졸업하고 광복 후 혼자 월남해 1948년 문교부 도자기기술원양성소에 들어가면서 도자 공예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조선 백자를 해보라는 은사의 권유에 따라 백자에 빠져들었고 1970년부터 경기 용인에 한국고미술자기연구소를 만들어 그곳에서 조선 백자 재현에 매진해왔다.

그의 백자는 국내 뿐 아니라 미국 보스턴 동양박물관, 독일 쾰른 동양박물관, 오스트리아빈 박물관 등에 소장돼있다. 02-732-3558.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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